EZ EZViwe

'뒷걸음질 치다 대박' 비아그라, 실패작에서 효자상품으로

[발기부전 치료제 고찰①] 오리지널 뛰어넘은 복제약시장, 불법유통 여전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1.18 16:44:5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해 말 청와대가 고산병 치료를 목적으로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한미약품의 팔팔정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품에 관심이 모였다.  

관심의 스펙트럼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고산병 치료에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해 더 나아가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무슨 용도로 청와대가 구입했느냐는 의심에까지 다달았다. 

비아그라는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생성되는 '사이클릭 GMP' 분비를 돕고 발기저해물질인 'PDE 5'를 분해하는 발기부전 대표 치료제다.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고산병에 따르는 두통에도 효과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고산병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로만 허가받은 제품"이라며 "일부 의사들이 다른 처방제로 사용하는 것은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응대했다.

◆심장질환 치료제였던 '비아그라' 현재 시장은?

사실 비아그라는 애초부터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 화이자사는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수축해 통증을 유발하는 협심증 치료 신약으로 비아그라를 개발하고 있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비아그라의 주 성분인 '실데나필'이 기존 협심증 치료제보다 효과가 덜하다는 것이 밝혀져 낙담하던 차에 특이하게도 노년의 남성에게서 발기효과가 향상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화이자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1988년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치료제로 시장에 선보였다.

2012년 5월, 20여년간 남성들에게 '20세기 최대의 발명'이라는 찬사를 들어온 비아그라 특허가 끝나자 국내 제약사들은 너도나도 복제약(제네릭)을 내놔 시장에는 100여개의 제품이 등장했다. 이후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된 2015년 9월에도 29개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내놨다.

복제약들은 오리지널과 성분의 종류와 함량, 제형 등을 동일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개발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복제약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낮은 가격을 책정해 제품을 출시하곤 한다.

특히 한미약품은 이러한 장점을 잘 활용해 출시된 지 1년도 안돼 복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뛰어넘는 이례적 기록을 세웠다. 복제약 팔팔정의 가격을 비아그라의 20%로 책정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매출 1위에 등극하는데 성공한 것.

현재 비아그라는 연 100억 정도의 매출을 내지만 팔팔정의 연 매출은 두 배가량인 약 200억원에 달해 대표적인 효자상품으로 꼽힌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헬스데이터 자료를 보면 지난 3분기 팔팔의 누적판매액은 131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와 3위에는 오리지널인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릴리의 시알리스가 각각 79억원, 7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종근당의 센돔은 발기부전 치료제 전체 순위 5위에 머물렀지만 전년동기 대비 66.7% 개선이라는 보기 드문 성장세다. 대웅제약의 시알리스 복제약인 타오르 역시 297.1%나 판매가 급증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복제약에 '짝퉁'까지…불법 유통 경로 활개

수많은 복제약들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160억원으로 판이 커졌다.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치료제까지 합하면 4000억원대까지 추산된다. 이는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약물이다. 더욱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경우 약물을 섭취해서는 안 되고 협심증 등 다른 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일 경우에는 저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와의 상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구매 과정이 번거롭고 약값이 비싸 불법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적인 유통 경로도 보다 다양해졌다. 중국에서 왕래하는 보따리상으로부터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해 판매하는 이들부터 직접 가짜 치료제를 만들어 판매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특히 지난달 23일에는 서울 면목동 다세대 주택에서 제조업자 김모씨(59)와 유통업자 손모씨(59) 등 4명이 369억원에 이르는 짝퉁 제품을 유통시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정품에 비해 용량이 크고 성분이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잘못 복용했을 때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정상적인 시장 성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불법 유통 경로가 근본적으로 차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