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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출근카드 안 찍는 노조전임자 '고과불이익' 정당?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18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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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이고(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재작년 **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그룹입니다. 우리가 외국계 대주주가 있고 지방에서 출발한 곳이다 보니, 피인수 측에선 사채업체에 인수당한다느니 불만도 나오고, 그야말로 없던 노조가 부랴부랴 결성된 건 이해를 합니다. 미래가 불안하니 그랬겠죠. 하지만 지금까지도 노조가 전혀 변하지를 않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새 인수주체 측을 점령군쯤으로 보거나, 기존에 경영이 방만하던 시절의 나태함이 고쳐지지를 않고 있는데요.

특히나 일명 노조 전임자들의 행태는 가관입니다. 전임자 중에 지회장, 수석부지회장이 이번 4기 인사평가에서 D등급(2016년 7월부터 연말까지, 즉 하반기)을 받았는데요. 우선 이 상황 배경을 말씀드리자면요. 출근을 도무지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회사와 노조 간 기초합의서는 지회장은 주 40시간, 수식부지회장은 주 20시간 등 '근로시간면제자'로 활동할 수 있게 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생각하기로는, 애초 이 합의서를 작성할 때 단체교섭 참석시간 외에는 근로제공 의무가 있다 전제하고, 그러니까 단체교섭 시간 외에는 근로제공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40시간, 20시간을 그냥 일을 하러 안 들어와도 된다는 얘기가 아닌 거죠.

하지만 출퇴근 전자카드 기록도 엉망이고요. 무엇보다 고과가 깎이게 된 건 노조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그 핑계로 엄연히 '노사 간 합의라고 할 수 있는' 지점별 영업 배당에 '나 몰라라' 해서라고요. 보통 금융권은요, 이걸 본사에서 정해서 각 영업본부별로, 지점별로 연속으로 하달이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우리가 인수한 지 오래되지 않아 강제성으로 하기도 그렇고, 직원 사기도 생각해서 지점장과 회사 측이 협의를 해 액수를 정하고, 할당 문제를 지점장이 직원들과 잘 얘기해서 정하고 그렇게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러니까, 노조 일 하느라 일을 못했다는 주장은 액면만 번드르르할 뿐이지 말이 안된다고 보거든요. 노조 간부들 스스로 어떤 일이 떨어질 걸 알고 있었음에도 ▲▲상품 특판 유치 실적에 관심이 없다 하며 나중에 노조 탄압, 부당노동행위 이러면 되나요?

근로자 주장: 안녕하세요? 우리는 노조에서 지회 일을 맡고 있는 행원들입니다. 직급으로는 차장, 과장 그렇고요. 지회장, 수석 지회장이 서로 다른 지점 소속이긴 한데 노조 일을 맡게 되면서 근로시간을 면제받게 됐어요.

지점별 목표 방식 등을 노사 간 합의한 것은 맞아요. 하지만 실제로 지회장 같은 경우는 근무기간이 3개월이 되지 않으니까 하반기 실적을 매긴다는 게 어불성설이고요. 수석 부지회장의 경우도 평가의 대상은 되겠지만 이런 경우 우리가 차장이나 과장 같은 행원들은 소속 지점 실적과 연동해서 같이 고과가 올라가거나 깎이는 구조가 있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금융권에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은 사실 고참 행원들에게 후배들 독려해서 지점 실적 끌어올리게 이중으로 옭아매려는 꼼수인 것 다들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자기가 잘해도, 지점 후배들이 실적을 죽을 쑤면 고참 행원은 일정 부분 고과를 깎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겁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수석부지회장의 경우 특판 실적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도 지점에서 잘했으면 그게 일정하게 메워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거죠.

다른 일도 아니고 노조 일로 다른 지점 방문하거나 돌아다닌 걸 회사도 알고, 그간 카드를 찍지 않은 날도 지점의 다른 행원이 수기식 보고를 본사로 해서 별말 없이 넘어갔는데 이제 와 이러면 되나요? 

-중앙2016부노187 사례를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근로시간 면제는 노조 업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2010년 본격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잡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대법원까지 간 사안 중에는 판매 실적만 승격 사유로 규정한 회사에 대해 "노조전임자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승격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고 근로자 손을 들어준 예가 있습니다(대법원 2011년 판례).

이번 건은 승진이 아니라 일반 고과(에 의한 불이익)로 치열하게 다툰 경우라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제4항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는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 이른바 근태가 나빠도 그 시간을 다른 지점의 노조원들을 만나거나 조직화 사업 등에 썼고 회사도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면(수기로 다른 행원이 대신 출근 보고를 하고 회사도 별말이 없었다고 하므로) 이 부분에 해당된다고 봐야겠죠. 중앙노동위원회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지점의 실적이 고참 행원들의 실적에 연동되는 관행이 있었으므로, 이 점이 노조 간부들의 고과를 매길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가동돼야 공평하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실제 이 사안 전에 다른 사람들의 백오피스(지원) 업무만 떠맡게 돼 개인 판매 실적이 안 좋은 경우에 지점 실적을 반영해 최하 등급을 면하게 했던 예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회사가 '일관성'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죠.

회사로서는 노조원들이 눈엣가시 같은 경우가 적지 않고, 또 그 와중에 일부 노조 관계자들이 무소불위의 존재로 문제를 빚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노조가 회사를 견제하는 기능을 맡아 이 과정에서 전임자들의 업무면제에 대해 회사가 일정한 룰이나 관행을 만들어줬다면,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가면서 노조원에게 압박을 주지 말아야겠습니다.

고과에 상여금 등이 걸렸고 이것이 급여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업종이라면 더 그렇다는 점에서 이번 다툼 과정이 중앙노동위원회의 기록으로 남게 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