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초부터 백화점 주변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성탄과 연말을 거치면서 소비심리 군불 지피기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세일 아이템을 개발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도들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각 점포별 '가구대전' 카드를 꺼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 기분을 내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점포별로 가전·가구·침구·식기 등 가정용품 유명 브랜드의 기획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다짐을 알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대구점에 프리미엄 수공예 도자 브랜드 '이도' 신규 매장을 열고 그 기념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설 맞이 선물 이벤트를 겸해 마련됐다지만,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반상기·면기·접시·컵 등을 선물용으로 꾸리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임이 분명하다.
프리미엄 수요에 기대 편하게 안주하기보다는 고객 접점을 적극 찾아나서겠다는 업체 측 도전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수혈하려는 백화점의 노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무조건 많이 내놓고, 할인폭을 크게 해주고 사람을 하나라도 더 불러 모아'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그야말로 '백화점식 전략'으로 세일 구도를 짜서는 소비자들이 식상해한다는 점에 맞서 백화점들이 고심해 대응을 마련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근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새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우리나라 백화점들의 세일 패턴 역시 이 같은 해외 동향을 참조하고 우리 소비 변화를 감지해 내놓은 조치로 생각할 수 있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 흥청망청하자는 것이 아니고,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는 철학 아래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자'는 사고관이 소비에 접목된 것이 욜로 스타일이다.
이런 패턴 때문에 벽지는 물론 조명, 콘센트 덮개에 이르기까지, 가구부터 자잘한 가전, 전기나 디자인 부문에까지 소비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욜로 트렌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소비 문화 자체가 과시형 소비나 생활필수품 중심에서 기존에 없던 새 시장을 여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주목된다.
우리나라 백화점들의 욜로 반영 세일도 매번 하는 세일이 지겨울 테니, 단순히 가구나 침구, 식기 등에 원포인트를 한 번 주자는 안일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런 발 빠른 움직임이 그야말로 불필요한 소비나 무책임한 브랜드 유치전으로 치달아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해외의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나 기존에 한국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아이템 등을 그저 잘 포장만 해서 소비자 지갑을 여는 지렛대로 써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국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 작은 브랜드 등이 이번 참에 백화점에 들어와 상생할 수 있는 '윈윈 머천다이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욜로 바람이 지나가고 그저 그런 과소비 바람 중 하나였다고 회상해선 안 될 일이다. 한국식으로 변질된 욜로 대신 진정한 소비문화 선도를 백화점이 나서서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