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과거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생각은 오직 돈뿐이었다. 그리고 돈에 관한 나의 철학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고, 반드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 그러면 나중에 아내와 자식 그리고 노부모님까지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넓은 집, 멋진 차, 갖고 싶은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풍족한 물질적 여유. 바로 이런 것들이 내 삶의 유일한 목표였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 특히 가족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일하는 이유, 혼신을 다해 돈을 버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가족이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으리라.
나는 지금 결코 풍족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업 실패로 모든 재산을 잃었고, 그 후로 지금은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끔씩 아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지금처럼만 살 수 있으면 좋겠어."
솔직히 아직도 아내의 마음을 모두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예전에 비하면 가진 것도 없고, 오히려 고생만 더 많이 하고 있는 듯한데, 그럼에도 아내는 그 돈 많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웃고 행복해한다.
새벽 별을 보며 출근했고, 늦은 밤 녹초가 돼 퇴근했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지금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었는데) 꼬박꼬박 쌓여갔지만, 내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치고 말았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왜 그렇게 목숨 걸고 일을 하냐고. 그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내와 아들, 내 가족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남자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본능적으로 책임의식이 매우 강하다. 게다가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냈다는 성취욕구도 대단히 강하다. 아내와 자식으로부터 대단한 남편, 멋진 아빠로 평가받기를 기대하는 심리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게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은 존재가 바로 남자다.
세상에 어떤 남자가 자신의 아내가 가난하게 살기를 원하겠는가. 가방 하나를 사도 이왕이면 고급스럽고 비싼 명품 가방을 사주고 싶은 것이 남자의 마음이다.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이렇듯 남자의 마음만을 정확히 말할 수 있다.
반면, 여자의 마음은 어떨까. 유일하게 나와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사람은 오직 아내 뿐이다. 그렇다면 아내의 마음을 읽어볼까.
돈을 많이 벌고 풍족하게 살았던 그 시절, 아내는 거의 웃지 않았다. 하긴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으니 웃는 모습 아니라 우는 모습조차 볼 수가 없었겠지.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겠다고 미친 듯이 일했는데, 아내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은 여전히 삶의 무게가 힘겹게 느껴지고 있음에도 아내의 표정은 늘 밝다. 믿기지 않지만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어쩌면 남자인 내가 평생 착각하고 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란, 돈보다는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비싼 장난감 하나를 품에 안겨주는 것보다 아빠의 넓은 가슴으로 아이를 안아주는 것. 명품 가방 하나를 멋지게 포장해서 선물하는 것보다, 젖은 손 잡아주며 오늘 수고 많았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것.
어느 행복에 관한 에세이에서나 읽을 수 있을 법한 이런 이야기들이 어쩌면 우리 삶의 진짜 행복이 아닐까.
돈도 좋고 성공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억만금을 가진 채 매일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조금 덜 가지고 마음 편안하게 사는 것이 훨씬 따뜻한 인생 아니겠는가.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