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10대 재벌 상장사 시가총액(이하 시총)이 1년 만에 76조원 증가했다. 특히 SK그룹주는 가장 높은 시총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 상장기업(코스닥 포함) 90개의 전체 시총은 721조4596억원으로 전년동기 645조5507억원보다 75조9088억원(11.76%) 증가했다. 이달 11일 기준으로는 105조8615억원이 늘어났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가장 많이 올랐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말 상장 계열사 16개사의 전체 시총은 364조4778억원으로 전년(302조5470억원) 대비 61조9307억원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지난 13일까지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오며 시총 상승을 이끌었다.
시총 증가율에선 SK(034730)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날 코스콤 자료를 보면 SK그룹주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90조2690억원에서 16일 94조3799억원으로 4조1109억원 급증, 4.55%의 높은 증가율을 마크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올 들어 큰 폭 올라 시총 순위 2위에까지 오르면서 전체 그룹 시총도 증가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의 시총이 늘어난 원인에는 '반도체 호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빅2'를 형성하면서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
지난 2015년 12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시총은 22조3861억원에서 지난해 말 32조5417억원으로 10조1556억원이 늘었는데 실제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전체 시총 증가액은 2조6050억원에 불과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혜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이어 시총 증가율이 높았던 그룹은 현대차(005380)그룹으로 4조38억원이 급증하며 3.87%의 증가율을 찍었다. 포스코(005490)와 한화(000880)도 각각 3.71%, 3.12% 오르며 뒤를 이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최근 시총이 급증하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급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검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 등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며 올 한 해 큰 폭 상승을 기대했던 시총은 1.65%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롯데그룹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발 리스크와 특검 조사 확대 우려로 시총 증가율이 0.68%에 머물렀다.
한편 삼성전자에 이어 조만간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그룹까지 뇌물 의혹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증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들 주요 그룹이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상장사별 시총 비중은 SK하이닉스와 현대차가 각각 2.33%, 2.16%로 높은 편이고 우선주인 △삼성전자우(005935)(1.96%) △현대모비스(12330)(1.77%) △삼성물산(028260)(1.57%) △삼성생명(032830)(1.46%) 등이 차순위다.
다음은 △LG화학(051910)(1.20%) △SK텔레콤(017670)(1.18%) △기아차(000270)(1.07%) △SK(1.03%) △SK이노베이션(096770)(0.97%) △LG생활건강(051900)(0.89%) 등의 순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한화 △한진(002320) △GS(078930) △CJ(001040) 등 그룹 9명이다. 최악의 경우 이들 회장 모두에게까지 수사망이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증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며 "최근 정치, 경제, 사회적인 모든 악재가 증시에 녹아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양호한데도 외국인들이 어제 삼성전자 투매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정치적, 법률적 이슈에 연루된 점만으로도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되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