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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없이 추락하는 경기…백화점 식품관은 또 다른 바닥 경쟁?

단순한 크기 경쟁 넘어 종합적 머천다이징 정면승부될 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17 14: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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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백화점에서 가장 화려한 층은 보통 1층(화장품)이나 2~3층(여성 의류)으로 여겨졌다. 최근 들어서는 주류가 아니었던 지하 1층 식품 매장이 오랜 불경기 상황에서 힘을 키우는 모양새다.

최신 유행의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자 가깝고 편리하며 즐거운 공간으로, 식품관을 통해 백화점 이미지를 새롭게 구성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각에 민감한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소비력이 높은 층과 불경기에 지쳐 큰 소비는 할 수 없지만 대신 '작은 사치'를 즐기는 층 모두가 식품관에 열광하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제 매출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백화점 업체들의 2015년 연말까지의 7년간 품목별 매출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유일하게 '식품군'만 역신장 없이 매년 평균 6.2%의 견조한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에도 계속돼 지난해 2분기 백화점업계에서 식품 매출은 5.6% 신장했다. 품목별 매출 순위로 봐도 해외유명브랜드(10.1%)와 여성캐주얼(4.5%)에 이어 백화점 품목별 매출 순위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는 '프리미엄화'에 방점이 찍혀 추진되는 것이 필연적이었다. 한화갤러리아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식료품점과 국내 유명 맛집들을 모은 그로서란트(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의 신조어) 콘셉트의 식품관 '고메이 494'를 오픈했다.

2015년 8월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1900㎡(600평 규모)에 달하는 이탈리아 고급 식품브랜드 '이틀리'가 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도 2014년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이탈리아 고급 식재료와 와인을 팔고 이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펙(PECK)이라는 식품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그로서란트 바람이 거셌다.

이 같은 고급화 바람은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는 일명 '편집숍'의 식품 영역 접목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식품관 고급화의 추세는 디저트 등 미각 노마드족의 유인 효과 강화였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경 본점 디저트 매장을 전면 개편하는 등 선제적으로 일을 벌이며 새 바람을 주도했다.

2015년 상반기에는 치즈타르트로 유명한 오사카 업체 파블로를 파트너로 잡았고, 하반기에는 15개의 디저트 브랜드를 새로 들여왔다. 

현대백화점은 지역 명물을 잘 섭외해 수도권에 진출시키는 방식을 구사, 눈길을 끈다. 무역센터점에는 제주도 기반의 '서귀포 동경우동', 전주 대표 빵집 'PNB 풍년제과'를 목동점,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등에 들여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식품관 각축전 포인트는 '넓이', 즉 크기 경쟁으로 옮겨가는 중이라는 전언이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대표 매장 중 한 곳인 잠실점의 식품관 리뉴얼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재오픈할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점 공사의 경우 식품관 대형화라는 백화점 열망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미 이곳은 2008년 리뉴얼 공사를 진행한 데 이어 9년 만에 새 단장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쓰는 약 6610㎡(2000평) 규모도 작은 게 아닌데, 이를 대략 8600㎡(2600평)로 30%가량 넓힌다는 것.
 
체험형 식품관 경영을 위한 투자로 풀이되기도 한다. 향후 백화점 식품관을 꾸려나가는 방향성은 그로서란트 정도를 넘어서는 혁신적 종합화, 체험형이라는 얘기다.

신세계그룹 쪽도 이 같은 상황 인식 아래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PK마켓'도 매머드 식품관 경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 매장은 3300㎡(약 1000평) 규모로 들어섰으며, 신세계그룹의 직매입 노하우와 상품 해외 소싱 능력을 집약해 매장을 구성했다.

PK마켓의 경우 특히 인근 서울 강남권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뿐 아니라, 현재 변화하는 중국인 관광객 시장의 추세, 즉 단체관광객시대가 사드 파문 탓에 줄어드는 상황에서 크게 역할을 할 공간이다.

개별관광객(싼커)의 고급여행 지향성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명소로 한국 백화점 식품관의 거대함과 풍요로움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는 것.

그렇다고 단순히 크고 넓은 것이 경쟁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간이 거대해지는 만큼 상품 머천다이징(매입 기능) 능력과 맛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끌어내는가의 종합판단능력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먹는 문제에 기울이는 백화점들의 세심함은 오히려 더욱 복잡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