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수주목표 60억달러' 조선3사, 작년 과오 또?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1.17 12:35:2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마른 수건을 짠다"며 '생존'을 올해 최대 화두에 올린 조선 '빅3'가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보수적인 수준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희망적인 목표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통 조선업계는 연초에 신년사와 함께 한 해의 수주 목표를 발표했으나 지난해부터 현실화된 수주절벽으로 목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 APEC하우스에서 열린 '2017 조선해양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조선업계 대표들은 각각 50억~60억달러 수준에서 포괄적인 연간 수주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실적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수주목표를 기존 목표의 절반가량인 95억달러로 수정한 바 있다.

관계자에게 확인해본 결과 "올해 아직 정확한 수주 목표를 정한 바 없으며, 14조9561억원 규모 매출계획(그린에너지·글로벌서비스 제외)만 수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역시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수주목표는 6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상선 30억달러 △해양 15억달러 △특수선 10억달러의 수주 계획을 수립했다고 응대했다. 특히 정성립 사장 취임 이후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던 해양 사업부문에 있어 신규 수주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역시 정확한 수주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우조선해양과)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삼성중공업은 몇 가지 내정된 프로젝트가 있어 수주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새해 바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수주소식을 전했으며 약 3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계약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바닥론'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 성적이 좋지 않아 올해 매출절벽을 견뎌내야 하긴 해도 국제유가의 상승과 선박 규제기준 강화로 신규 발주가 늘어나고 업황이 살아날 여지가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더해졌다.

다만, 일부는 아직 실질적으로 회복세가 가시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조선 3사가 기업 가치의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무리한 수주목표를 세운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낮은 목표치로 인한 주주들의 실망이 주가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실적을 내놨다고 따지는 것.

실제 지난해 조선 3사는 나란히 100억달러 이상의 목표실적을 제시했으나 연말에는 모두 절반 이하로 낮췄으며, 그나마도 목표 달성에 전부 실패했다.

발주 가뭄이 이어지자 신용평가업계에서 대형 조선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대우조선의 자본확충에도 유동성 위기를 이유 삼아 신용등급을 B+로 한 등급 낮춘 바 있다.

이런 외부 압박에 업계에서도 무리하게나마 수주목표를 올려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 따른다.

그러나 조선업계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지금처럼 목표가 '공허한 말'로 느껴지는 상황이다.

비록 낮은 목표가 밖에서 보기에는 다소 흠집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반대로 무모한 목표는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조선업계의 구성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목표를 채울 수 없어 더욱 사기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