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계부채 질적 구조개선과 증가속도 완화를 위해 전 금융권에 총체적상환능력심사(DSR)를 도입시키겠다."
15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 내용이다. 부실대출로 이어질 수 있는 가계부채 규모가 심각한 수준에 달해 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기관 3곳 이상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의 대출액은 전체의 30.7%인 377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는 146만명, 대출 규모는 78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취약차주의 비은행권 대출 비중은 무려 74%로 나타났고, 고금리 신용대출 비중도 17%에 달하는 등 대출의 질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대출의 질을 떨어뜨리는 '저소득·다중채무자'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DSR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대책도 '미봉책에 그쳤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DSR(Debt Service Ratio)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여기서 원리금 상환액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물론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다른 부채까지 모두 포함된다.
DSR이 대출심사에 도입되면 대출받는 사람이 갚아야 할 돈이 기존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 총량을 감소시키겠다는 게 당국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DSR이 도입되면 이미 대출을 받아 빚이 있는 서민들은 추가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다른 부채의 이자만을 더한 값을 연간 소득으로 나누지만, DSR은 원금 상환 부담액에 타 금융기관 부채 이자까지 포함돼 대출 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득은 낮고 빚은 많은 서민의 자금 융통이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대출 희망자의 부채 내역을 제공하는 신용정보원 자료에 대부업체 대출 정보는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
대부업체 대출 내역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 DSR지표에 제대로 산정되지 않아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DSR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 탓에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의 대출도 더 이상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정부는 서민금융상품 지원 확대도 대책에 포함시켰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본격적인 시중금리 상승시기에 정부 지원 대출이 서민들에게 얼마큼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한 DSR 도입은 지난해 2금융권에 풍선효과를 일으킨 은행권 대출규제와 같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허울뿐인 정책이 아닌,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 있는 대책을 새롭게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