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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청구' 삼성, 박용진·박영선 법안보다 사기적 합병 금지법이 더 부담?

자사주 규제 등에 거부감 관건…지주제 도입 '시간싸움' 유-불리 판단 쉽지 않아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16 17: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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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결국 청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구한 이 영장이 실제로 발부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 오너 일가로서는 첫 구속 대상이 된다.

이번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에서 삼성은 단순히 자금 출연을 강요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대급부를 노린 뇌물공여집단으로 특검에 의해 규정됐다. 이 무리수를 삼성이 둔 원인은 이 부회장이 세금을 가급적 적게 내고 그룹 경영권 승계를 받도록 판을 짜야겠다는 생각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 부회장은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어 이번 구속 관련 상황이 대단히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의 경영상 공백보다는 향후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려는 기업 내부 움직임이 전부 멈출 터여서 이것이 더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여러 재벌 규제법, 특히 삼성 조준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회사가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삼성에 대한 위협적 법안 중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면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이재용 시대 개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들이 모두 삼성의 지주제 전환 마무리 전에 통과되면 이 부회장으로서는 상당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4개월 별들의 전쟁'부터 '4년 중장기 과제' 해석 엇갈려

그런가 하면 어차피 삼성을 둘러싼 그간의 한국 정치권 행보를 볼 때, 삼성이 시간싸움에서 결국 이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용진 의원이나 박영선 의원 등 이런 법안들을 낸 정치인들의 강한 전투력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더욱이 친박(親朴·친박근혜) 정치인 등의 전횡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고 이에 편승해 자기 그룹의 이익을 도모한 재계 인사들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 이 같은 문제를 수술할 에너지가 집중되고 실제로 발휘되기도 적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탄핵 이슈로 정국이 대혼란 중이라 빠른 처리만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이 의견의 골자다. 조기 대선으로 가든 그렇지 않든 이합집산에 정치권이 정신을 판다면 오히려 법안 처리 등 일을 하는 데 더 불리한 조건일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시각을 견지하는 측에서는 위에 설명된 두 박 의원들의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완전히 의견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추진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까지 본다. 삼성만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정치권에서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걸 의원이 지난 19대 국회 때 대표발의했던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처리되지 못했고 이번 국회에서 재발의된 것을 기억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회의론에 가담하고 있다.

결국 지금 논의되던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 방법론이 대단히 빠른 시간 내 처리되면 이 부회장 측에 더 유리하긴 하나, 어차피 이 부회장 구속 등 한 박자 쉬어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서, 삼성 측이 '시간싸움'에서 반드시 불리하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얘기다.

어차피 증권가 의견 중에는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자사주의 마법 등의 시행 시기를 약 4년이 걸리는 중장기 과제로까지 보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종걸 삼성생명법안'이 결국 19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한 것처럼, 박영선법이나 박용진법도 실제로 탄생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팀'이 촉매 역할을 하고, 여러 법안이 이번 기회에 빠르게 처리돼 다음 조기 대선까지 4개월 안에 삼성 체질의 본원적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과, 어차피 이번 국회나 차기 대통령 임기 등까지도 모두 지내봐야 삼성 개혁론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4년 구상이 엇갈리는 셈이다.

삼성 겨냥한 법, 빨리 통과 어렵다 전례? 이종걸 새 법안에 눈길

특히 최종적으로 빠르게 삼성 규제법들이 등장한다고 해도 삼성 법무팀이 위헌 논란 등을 통해 최대한 문제를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 삼성을 직접 정조준한 원포인트 법안들 대신, 불공정 합병 논란에 대한 사전적 예방법안이 오히려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제3의 시각도 존재한다.

불공정한 합병으로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 승인 이전에 회사에 합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규정해 놓자는 것으로, 일본이 2014년 회사법 개정시 이 같은 방어 규정을 둔 사례가 있고, 미국의 경우도 모범상법전(여러 주의 법을 통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필수요소들을 담아 소개, 제시해 놓은 모델)에도 이런 사전적 브레이크 구조가 규정돼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해 두면, 예를 들어 지난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불공정 시비가 붙었지만 결국 합병무효소송 제기라는 가장 정확한 방법을 구사할 시기가 지나버린 것 같은 상황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최소한의 쿨링 타임을 마련함으로써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킬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 안건은 삼성생명법 논란을 일찍이 일으킨 바 있는 이종걸 의원이 최근 발의했다.

지금 거론되는 삼성의 '이재용 승계 시나리오' 중 하나에 이 법안 이슈를 대입해 보자.

삼성전자의 사업회사와 지주회사 인적분할 이후, 재계 안팎에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 간 합병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 등 일가에서 삼성전자 지분 4.9%를 보유한 데 반해 삼성물산 지분을 30% 넘게 갖고 있기 때문. 따라서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처럼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전자 지주회사 보유 지분을 20% 안팎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대주주 즉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하려면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크고, 삼성전자 지주회사 시가총액은 작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다시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처럼 잡음이 생길 수 있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추가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SDS IT서비스 부문과 합병안을 내놓는다.

실제로 삼성SDS는 현재도 여러 사업부를 떼어내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며, 구조조정설이 피어오르는 등 삼성전자 지주회사로의 합병설 와중에 계속 휘말려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사기적 합병 사전 제어 법안이 통과, 실제로 효력있는 실정법이 된다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도 현재 합병의 효과가 없이 오너 일가 승계 작업의 단추 중 하나로 처리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므로 삼성SDS가 각종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합병 처리를 도모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를 삼성전자 주주쪽에서는 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

이는 오히려 특정 그룹군 승계에만 적용되는 인기영합성 법안 논란에서도 대단히 자유로울 뿐더러, 현재 포이즌필 도입 논의 등 여러 적대적 인수합병(M&A) 차단 법안 시도 논의와도 결합될 여지가 있는 '열린 아이디어'여서 우호적 여론을 얻거나, 정치적 협상에 의한 국회 통과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삼성으로서는 총수 구속영장 국면에서 삼성으로서는 과거 적절히 관리해왔던 반(反)삼성 법안의 실제 통과 저지 담장이 무너질 가능성도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