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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차질' 이재용 구속? 지주회사 골든타임 놓치나

특검 일처리에 삼성 표류조기 대선 국면 '경제민주화' 부각 가능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16 1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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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영장 신청과 법원에서의 발부가 현실화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 3세 승계 문제에 막대한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삼성 개혁 더 나아가 재벌 문제점 수술을 염두에 둔 강경한 법집행이 이뤄질지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이라 이 부회장이 지휘를 맡아왔다. 문제는 이 부회장 외에도 최씨 농단 문제에 다수의 고위 임원들이 연루돼 상당히 큰 공백이 동시에 생길 가능성까지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리지만, 막상 삼성그룹으로서도 총수가 갇히는 경우에 대응할 만한 사전 경험이 부족하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당시에 이 회장이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받은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조준웅 특검)의 공세 역시 이 회장이 배임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 재판을 받는 정도로 끝났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됐으나 역시 구속 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 측이 박영수 특검 진영의 강공에 대단히 놀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20여시간의 조사를 마친 뒤에도 휴식을 취하지 않고 바로 출근해 수사 문제에 대한 내용 복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상황의 방증으로 풀이된다.

결국 삼성그룹 사상 처음으로 총수에 대한 구속이 이뤄질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공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각종 사업 차질은 물론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한 각종 구상도 모두 어긋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삼성은 그간 세간의 지주회사 체제 도입 전망에 대해 꾸준히 원론적으로('정해진 것이 없다'는) 답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구조 개편개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사실상 시인 의사를 드러냈다.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즉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는 회사 시스템의 도입 검토에 나선 배경으로는 엘리엇 펀드의 제안이 꼽힌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과도한 현금 보유 문제 등을 이유로 지주 전환을 거론, 이 같은 주주 친화적 정책 변화를 당부했다.

다만 이 내용은 삼성으로서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내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 외부의 제안을 수용해 이 같은 수술을 검토한다는 명분 공급을 해준 셈이다.

삼성이 지주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결심한 배경으로는 각종 불리한 법안의 처리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분할 활용 통해 껄끄러운 법 등장 전에 상황 종결 시도?

삼성의 지주제 도입과 경영권 승계가 어떻게 풀릴 것으로 예측됐는지 살펴보면, 우선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삼성전자 보유 자사주 12.78%를 갖고 간다. 또 오너 일가 4.9%, 삼성물산 4.25%의 주식을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주식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매각한다. 그 대가로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삼성전자 지주회사 신주를 받아오는 방식이다.  여기서 오너 일가와 삼성물산은 회사의 지분률이 높아진다는 해석이 따른 것.

다시,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삼성생명 등으로부터 삼성전자 사업회사 주식을 구입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지분 7.5% 중 일부를 삼성 지주회사로 넘기며, 이로써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지주회사 요건(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 보유)를 맞추면 되지 않냐는 해석론이 유력했다.

이 과정에서 요긴한 것이 바로 자사주의 마법이다. 보통 자사주는 의결권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인적분할 후 지주사에 귀속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증권가에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 마법을 부릴 것으로 몇몇 기업군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엘리엇이 지주회사 시스템 도입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 같은 일에 삼성이 새삼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은 있었다는 것. 삼성만이 아니라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이고 지난 2년간 흑자를 유지한 기업 중 상당수가 지금 자사주의 마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대주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이면서 자사주의 비중이 10% 이상인 기업과, 대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이면서 자사주의 비중도 10% 미만인 기업은 약 24개로 업계는 추정한다.

하지만 야당의 규제입법이 삼성 등을 겨냥해 발의, 계류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마법을 '빨리' 부릴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위협적이다. 아울러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면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걸림돌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법안 마련 움직임을 보인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면 마냥 처리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 공론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도 뒤따랐다. 박용진 의원은 민주노동당 대변인 출신으로 당적을 옮긴 공격수. 박영선 의원은 MBC 경제부장을 지내 언론인 중에서도 경제 전반과 재벌 논의에 대해 이해도가 높고 이슈 메이킹에도 능한 강성 인물이다.

삼성으로서는 가급적 빨리 지지부진한 법안 처리 이전에 지주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마무리하면 됐지만, 이 부회장 구속 가능성은 콘트롤 타워와 의사결정의 지장 등으로 이런 논의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부회장 구속과 임원들의 대거 동반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조기 대선에서 선명성 강조를 위해 민주당이 강한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바른정당 등 일부 보수층이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에 동조하는 경우다.

이 부회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엘리엇이 이런 논의 제기를 없던 일로 거둬들일 정도로 친삼성적인 것도 아니며, 이미 엘리엇의 이슈 설정에 좌우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사회공론화되는 게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박영선-박용진 등 저격수들 활약 '특검 행보' 극대화하나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이미 지난해 11월 말 235조원을 넘었다. 지분 1%만 추가하려고 해도 2조원 지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삼성에 비우호적인 위의 법안들이 속성으로 상임위 통과-본회의 부의-처리 등이 될 경우, 즉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하기 전에' 이런 법안들이 통과되고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으로 가닥을 잡으면 삼성 및 이씨 일가가 느낄 경영권 승계 부담은 상당해진다.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바뀔 시스템에 적응하려면, 지분을 10% 이상 더 확보해야 한다는 풀이다. 합병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공개매수하거나,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큰 비용이 들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비율을 1:4 정도로 내다본다. 이를 근래 삼성전자 기업가치에 적용하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를 확보하는 데 20조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셔먼법이 사실상 스탠다드오일 해체를 진행한 반독점법, 반재벌법의 효시로 회자돼 있는데, 현재 발의돼 있는 박용진법, 박영선법 등이 적시에 통과되면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여지가 있는 것. 특검의 영장 청구는 그 자체로서는 법률 이슈지만, 이 같은 법안 처리에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이들 법안의 조기 통과 등으로까지 콜라보레이션을 유발하면 미국의 스탠다드오일 건 이상의 폭발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