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세계그룹의 최대주주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22%씩 가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지난해 4월 주식교환을 통해 정 부회장은 이마트 주식, 정 사장은 신세계 주식을 9.83%씩 가지게 돼 각각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이 각자의 사업 영역에 집중하기 위한 것일 뿐 경영권과는 연관이 없다"며 동일하게 나눠진 지분과 경영권의 연관성을 부인해왔지만 최근 정 부회장이 이를 공식 인정했다.
지난 4일 코엑스서 열린 '2017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서 정 부회장은 "동생(정유경 사장)도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보라는 이명희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동생이 백화점 사업을 맡아서 해주면 스타필드, 이마트 등 다른 계열사를 내가 챙길 수 있다"고 말한 것.
사실상 이들 남매의 분리경영은 2015년 12월 당시 신세계 부사장이었던 정 사장이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부터 회의도 이마트 계열사와 신세계 계열사는 각각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남매경영을 공식 인정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남매의 후계자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그간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이 벌려놓은 여러 신사업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는지가 관건이라는 것.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 △에브리데이리테일 △신세계조선호텔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건설 등 20여개의 이마트 계열을, 정 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DF △센트럴시티 △신세계사이먼 △신세계 동대구 등 10여개의 백화점 계열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와 백화점의 매출 실적은 극명한 차이가 난다. 이마트 계열사의 매출액은 11조원에 육박하는 데 반해 백화점 계열사의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열사 수를 따져도 이마트 계열 매출 실적이 월등히 높다 보니 후계 경쟁에서 정 부회장이 우세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매는 경영 스타일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정 부회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만, 정 사장은 지난달 대구 신세계백화점 개점 행사 때 입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등 '신비주의' 전략에 가까운 모습이다.
또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오픈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 방식을 선보였다면, 정 사장은 고객들이 다양한 쇼핑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선진국형 백화점으로 거듭나고자 리뉴얼을 진행하는 등 차분하고 꼼꼼하게 사업을 챙기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정 사장 남매가 각자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 서로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 경영권 경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일지라도 이명희 회장이 건재하고 후계자 논란이 불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