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13 11:22:55
[프라임경제] "SK가 위기관리나 법무가 다른 데 비해서 안돼 있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보면 그런 게 드러난 겁니다(12일 밤 TV조선 방송 내용 중 일부)."
젊은 변호사가 TV에 등장해 공공연히 법무실이나 위기관리 콘트롤타워의 부재 내지 부실을 논의하는 이색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 특별검사제도 도입의 여파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주인공이 박영수 특별검사라는 데 있다. 그를 위시해 특검팀 전반이 어느 재벌이고 혐의가 있고 수사 대상이라면 가차 없이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대우 비리를 비롯한 재벌 병폐 사건을 대거 다뤄온 박 특검을 위시해 유능한 검찰 측 인사들이 대거 파견돼 있는 상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압력과 이익 편취 행위의 연관성을 명확히 밝혀내 뇌물죄 내지 제3자 뇌물죄를 단죄하기 위해 재벌을 압박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개별적인 재벌 비리 한두 건만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 수사 역사였다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재벌은 연결고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면서 꼼꼼한 물증 확보와 논리 보강 등으로 괴롭히는 형태로 일이 전개되고 있다. 고강도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둘째 치고 자존심을 추락시켜 기선을 제압하는 방식이다.
특검이 비록 일반 검찰과 달리 활동 임기가 한정돼 있기는 하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성역없는 사정' 와중의 특별수사 전성기를 능가하는 이 같은 압력을 가하고 있어 도마에 오른 대기업들이 버텨내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 주변에서 나온다.
◆총수 구속 막으려 주고받기할 가능성 높은 삼성
삼성은 총수 부재 상황을 대비한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다만 수사에 응하고 이 와중에 특검팀의 수사 카드를 확인(내지 추측)하면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주고받기'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재용 구속-이건희 식물인간 상태'라는 사령탑 부재 상황만큼은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청문회 위증죄 고발 등으로 특검에 정면 대응하기가 버겁다. 다만 애초 특검 혐의를 생각해 보면,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가장 적당한 승계 방안을 그리다 보니 그 와중에 삼성물산 합병 처리를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돈을 어느 정도 내야 하는가'라는 요약이 가능하다.
삼성으로서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같은 가장 큰 고비는 넘긴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비리 같은 '호떡집에 불난 듯'한 일처리를 상당수 재벌이 겪었기 때문에 삼성만의 상황으로 볼 것도 아니다.
◆롯데 '면세점 이슈' 한정…CJ, 유탄 맞을까 '조심'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은 '평소 공부 잘해 놓으면 시험이 안 두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롯데 형제 간 갈등과 오너 일가 수사 문제를 겪은 게 전화위복이 되는 양상이다. 신동빈 회장 구속을 면하기 위해 총력 투자를 해 놓은 공부량이 특검 수사를 막는 데 든든한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롯데로서는 '면세점 특허 획득 로비'라는 제한된 건으로만 특검을 만나면 돼 방어전선 자체가 제한될 것이라는 이점이 있다.
똑같이 면세점 특허 로비를 했다고 처음 회자되던 SK그룹 의혹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부풀어오른 상황이다. 아예 전혀 차원이 다른 상황으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을 받기 위해 로비를 했고, 이에 따라 막대한 지출을 박 대통령 내지 측근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는 해석을 낳는 면회 녹음본 국면이 열린 것.
이 같은 추측을 낳는 대화 녹음본이 특검에 넘어간 상황에서 최 회장은 현재 사면 성공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황증거'라는 점에서 SK 측이 지나친 해석에 불과하다며 치열한 반박을 하는 양상이지만, 일개 변호사가 글로벌 그룹의 능력 부재를 공공연히 거론할 정도로 위상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법원은 정황증거가 모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라면 유죄 인정의 근거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대화 속 '숙제'가 "대기업 오너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경제 기여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식의 SK 측 해명 논리보다는 '사면 협상-대규모 지출-회장과 그룹 고위간부 간의 이상한 대화'로 이어지는 논리전개의 퍼즐이 보여주는 상식에 법원이 주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히려 삼성 문제를 풀기 어려워질 경우, 이런 정황증거 입증으로 특검이 우회할 여지가 있다. 삼성 대신 '꿩 대신 닭'으로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여러모로 SK로서는 힘든 국면이 될 전망이다.
CJ는 이재현 회장 사면을 위해 돈을 건넸다고 하더라도, 정권으로부터 각종 영화나 프로그램 제작 성향에서 탄압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고 이미경 부회장의 일선 후퇴 압박을 받았다는 등 이미 어느 면에서 보나 '피해자' 성격 부여가 가능해보인다.
그러나 SK 측의 최 회장 사면과 이 회장 사면이 동일선상에서 논의되는 '재벌 혐오'로 일이 번질 여지가 있어 이 부분을 차단할 법리 구축이나 여론 호소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여전히 남아있다.
최 회장은 개인 주식선물투자 등에 회삿돈을 사용한 파렴치범이지만 이 회장의 경우 업무상 배임에 대한 법리 공방이 치열하고 선진국 제도와 어긋난 면이 있다는 점, 업무상 횡령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죄였던 터라 이미 동일한 죄질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 같은 비교 대조를 강조하기도 곤란한 것이 문제다. 득실을 따지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별로 문제를 숨죽이고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특검이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