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입 논의부터 잡음이 계속된 '2017년 2월 세계 최초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결국 일정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5일 "지상파 방송사 측에서 지난해 말 시행 시기 연기 신청서를 냈다"며 "방통위는 이를 바로 검토해 결정할 생각인데, 2월로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 놓은 기간이 무의미하게 미뤄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성 테스트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 정도 선에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지난달 12일 성명을 내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에 UHD 방송 계획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정부는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으로 UHD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지만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장비 개발도 완료되지 않았다"며 "UHD 방송 장비가 납품되지 않은 곳도 있고 납품된 장비 대다수가 완제품이 아닌 시제품"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역시 UHD 단일주파수네트워크(SFN) 송출망 구축에 장비 출시가 늦어지고 있고, 공공기관인 KBS의 경우 방통위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UHD 장비 발주를 받을 수 있는 탓에 아직 발주도 못한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설사 장비를 다 갖췄더라도 실제 송·수신이 제대로 되는지 여부는 따로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다음 달 본방송 실시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UHD 표준이 기존 유럽식(DVB-T2)에서 미국식(ATSC3.0)으로 새로 정해짐에 따라 기존 유럽식 표준에 맞춰 제작된 UHD TV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만 지상파 UHD를 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아직 셋톱박스 구매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 측의 적극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고삼석 방통위 위원은 지난 지상파 UHD 방송국 신규허가 관련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한 것은 지상파 3사가 공공재인 주파수 700MHz를 국가로부터 무료로 제공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UHD를 도입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상파 사업자들이 마치 등떠밀려서 하는 것처럼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과 관련해선 지상파 방송사 측 의지가 컸다는 것인데, 실제로 2015년 지상파 방송사는 UHD 본방송에 대한 적극성을 보이며 700MHz 주파수 배분을 요구했고, 정부는 해당 주파수를 배분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는 UHD 본방송 준비에 드는 비용을 이유로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유료방송업계에서는 불만을 강하게 제기 중이다.
한편, 방통위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2월 수도권 지역에서 UHD 방송을 먼저 개시하고 올해 12월에는 광역시 및 평창 일원으로 단계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 측은 UHD 방송을 오는 9월 초 '방송의 날'에 맞춘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당초 시작 시점이 반년 이상 늦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계획에 차질이 발생,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UHD 방송이 제대로 송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에 최 위원장은 "지상파 방송 측에서 밝힌 날짜가 있으나,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며 지상파 측에서 요구한 시점에 다소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