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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이마트·롯데마트 '극과 극' 해외 전략, 전망은 '안갯속'

신성장 동력으로 해외 진출 선택…성과는 미미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1.05 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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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변화하는 소비 환경으로 국내 대형마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 업계 라이벌로 꼽히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 시작한 대형마트가 해외로 진출하는 기본적인 상황은 같지만 두 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은 전혀 다르다. 이마트가 한국에서 그 인기가 검증된 제품들을 주로 포진시키는 등 한국형 대형마트를 재현한 것과 달리 롯데마트는 법인장을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이마트, 검증된 국내 제품 vs 롯데마트, 100% 현지화

이마트는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노브랜드와 피코크 상품을 해외 매장에서 선보이는 등 한국 매장과 유사한 제품을 진열해 한국 이마트와 비슷한 느낌을 연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고밥점의 경우 베트남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구성한 한국상품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김밥, 통닭 등의 한국 음식들을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한다.

이 전략은 '한류'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다. 한류문화의 영향력이 큰 해외 지역에서는 현지인이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매장 진열 상품 중 한국 상품의 비율이 33%에 달하는 몽골점의 경우 프리오픈 이틀간 하루 평균 매출 목표액의 3배가 넘는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바 있다.

반면 롯데마트는 철저한 해외 시장 분석을 통해 국내 롯데마트와 다른, 현지의 특색을 입힌 매장들을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네시아다. 1만7000여개 섬으로 돼 있어 각 섬마다 문화적 특성이 다양한 인도네시아 특성에 맞도록, 롯데마트는 현지 43개 매장을 각각 다른 콘셉트로 선보인다. 도매형과 소매형 매장을 구분해 해당 지역에 맞는 형태로 매장을 꾸미는 것.

롯데마트의 인도네시아 매출액은 2011년 8810억원에서 2015년 1조150억원으로 15% 이상 늘어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상품과 실무인력은 물론 법인장까지 현지인으로 선임하기 위해 꾸준히 작업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동북 사업법인과 화중 사업법인의 법인장을 현지인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동북 사업법인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2%, 화중 사업법인은 11.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말에는 화동·북경·동북·화중 중국 4개 사업법인과 인도네시아 사업법인의 법인장도 현지인으로 교체했다.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해외사업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에서다.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해외 현지 유통 시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영과 사회적 관계망 구축, 현지 직원 정서관리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략은 그럴싸했으나…실상은 '캄캄'

하지만 대형마트의 해외 사업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기업 모두 20년가량 해외진출에 힘써왔지만 현재까지도 뚜렷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중국 상해에 1호점을 오픈한 후 중국 내 28개 매장을 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만 쌓여갔다. 지난 2011년 중국에서 연간 순손실액만 1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흑자전환을 꾀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 현재는 7개의 점포만이 남아있다.

중국 사업 부진으로 이마트는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으나 이 또한 미래가 밝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마트 고밥점의 지난해 1분기 순매출은 103억, 영업손실은 16억원이었다.

이에 이마트는 올 한 해 매장 확대보다는 적자율을 줄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한 해 더 이상의 매장 확대 계획은 없으며 기존 점포 관리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사업과 중소기업 제품 수출에 보다 집중하고 해외 진출 사업에서는 당분간 한 발짝 물러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2007년 중국 마크로사의 8개 점포와 빅마트 슈퍼마켓 체인 14개 점포를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첫 진출했다. 이후 2008년에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하지만 롯데마트의 상황도 이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 중국 내 점포 수는 국내 점포 수 117개에 버금가는 116개로 늘어났지만 지난해 누적 해외손실은 890억원에 달한다.

앞서 롯데마트가 해외 사업법인장을 모두 현지인 체제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다. 현지인 시스템 도입과 함께 롯데마트는 올해 해외사업 목표를 매출 3.4%신장과 영업이익 흑자 전환으로 내걸었다.

특히 동북과 화중 2곳 법인에서 현지인 법인장 체제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낸 만큼 롯데마트는 이번에 교체한 중국 현지인 법인장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측의 '사드 보복'이라는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는 북경지역 롯데마트 5개 지점 등 총 20여곳에 대해 불시 소방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