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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밀약설 논란까지…인명진 vs 서청원 설전

친박 당 장악 위해 반격, 개혁 동력 실종 골든타임 허비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05 16: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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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인 위원장이 친박(親朴·친박근혜)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여당으로서의 위신을 추락시킨 종양 취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에서도 당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

인 위원장은 친박 정치인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으며 이에 서 의원이 소속 의원들에게 전체 편지를 띄우면서 갈등이 커졌다. 인 위원장은 서 의원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 같으면 할복했을 일" 등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서 의원은 "북한 김정은식 공포 정치"라며 인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서 의원은 '거짓말쟁이 성직자'로 인 위원장을 깎아내리도 했다. 아울러 이 와중에서 터져나온 것이 '국회의장 밀약설'이다.

서 의원 측에 따르면 일단 탈당해주면 나중에 복당도 시켜주고 국회의장직도 약속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는 것.

5일 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다.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라고 강력 비난하고 의장직을 약속했다는 것도 부인했다.  

◆10년 지기의 이전투구? 민주화 세력 정통성과 자존심 싸움 성격

이번 갈등은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이 10년 세월을 알고 지낸 상황에서 서로 입장이 달라지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다만 이 갈등은 인간적 갈등이라기보다는 새누리당 내부 사정에서 잠재돼 있던 요소라고도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자당은 5공 세력인 민정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 계열(YS계, 상도동) 및 김종필 전 의원 세력(충청계, 옛 공화계) 등이 합쳐져 탄생했다.

서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정치 입문 결심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YS계의 적자다. 

인 위원장의 민주화 운동 경력은 더 화려하다. 그는 1970년대 도시산업선교회에서 장기간 활동하면서 노동·민주화 움직임에 관여했다. 실제로 네 차례나 투옥되고, 한 차례 국외 추방된 적도 있다. 그가 새누리당 개혁이 필요한 와중에 구원투수로 발탁되는 것은 이 같은 이력으로 당 쇄신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런 당 사정으로 새누리당은 노태우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 군사정권 관련 인사들이 집권하는 와중에도 최소한의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친박 계열에도 YS계인 김무성 전 대표와 서 의원 등이 포진하면서 정통성 시비 차단의 방파제 역을 해준 측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인 위원장의 날선 비판은 새누리당 내에서 정통성의 중심이자 실제로 여러 대통령들을 배출하고 보좌해온 세력 중 자타가 평가하는 서 의원 등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하는 공세로 읽힌다.  

아울러 서 의원과 주변의 친박들로서는 탈당을 결행, 각자도생을 도모하거나 새 정치세력화 등을 시도해 볼 여지가 있는 비박(非朴·비박근혜) 인사들처럼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 선언 등 일부 희생양 제공에도 인 위원장의 공세 수위가 낮아지지 않는 점에서 친박이 반격 공세의 필요를 강하게 느끼는 듯하다. 밀약설을 터뜨림으로써 최소한의 대화 가능성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을 친박 측이 보이기 때문이다.

친박 정치 공동체 아닌 종교(광신)집단 규정, 쉽게 타협할 길 모두 끊겨

한편, 인 위원장은 5일 발언에서 국회의장 밀약설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도덕성 시비를 차단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더 주목할 발언은 인 위원장의 '새누리 교회' 지적이다. 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다.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을 거짓말쟁이 성직자로 규정한 데 대한 반발이나 비꼬기로 볼 수도 있지만, 새누리당의 문제점 중 상당 부분을 친박의 종교집단화, 즉 '박근혜 추종 종교 세력화'로 보고 있다는 내심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각자 노력해왔다는 최소한의 공통분모와 공감대 대신 이제 문제있는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추종했으며 지금도 따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친박과 그 계열에 몸담고 있는 옛 민주화 관련자들에 대해 일종의 '정치적 파문'을 선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뒤에서 밀약을 일삼는 정치인으로 규정된 인 위원장과, YS계 적자에서 친박 맹신자로 이미지 격하 대상으로 지목된 서 의원 간의 갈등의 골은 좀처럼 메워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박의 반격으로 인한 당 주도권 전쟁이 큰 의미가 없는 제살깎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적당한 갈등 봉합이 이뤄져야 친박이 주도권을 유지하거나 적어도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정당이 정치적으로도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인데, 아예 개혁의 골든타임이 끝나길 스스로 재촉함으로써 당이 살아남아도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성 논란으로 보나 수술 기법의 정치공학적 어려움으로 보나 인 위원장의 개혁 작업에 발목을 심각하게 잡는 복병 같은 요소로 친박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자칫 잘못된 수를 둘 경우 밀약설 논란 등이 다시 부각될 여지가 있고,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여러 정치인들이 차기 대선주자 선언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 시선 분산으로 새누리당 개혁을 둘러싼 흥행 유발 효과가 반감될 여지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인 위원장의 다음 움직임에 한층 더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