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유년이 밝아왔지만 보험업계는 아직도 병신년의 그늘에 있다. 지난해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은 각종 비보가 올해까지 이어졌기 때문. 이와 맞물려 저금리·저성장으로 보험업계 수익 성장세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보험업계는 '격랑의 한 해'라고 이를 만큼 지난해 저금리, 자살보험금, IFRS17 도입 확정 등 실적에 영향을 줄 대형 태풍이 휘몰아쳤다. 특히 생명보험사(생보사)의 경우 순이익이 내려간 회사가 대부분이었으며 회사 매각 난항, 인력 구조조정 등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를 극복하려면 올해 보험사 수장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보험사마다 악재들을 잘 마무리 짓고 성장의 발걸음을 착실히 내디뎌야 할 시기다. 이러한 각오는 수장들의 신년 포부에서도 잘 나타난다.
◆손보사 "무난한 성적 넘어 올해는 A⁺ 도전"
손해보험사(손보사)는 지난해 전반에 걸쳐 큰 악재 없이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우선 삼성화재의 작년 3분기 누적 순익은 전년동기보다 6.5% 신장한 7556억원이다.
다만 장기보험은 보장성 비중 확대 전략에 따른 저축성보험 매출 축소로 1.5%, 일반보험은 2.8% 감소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올해도 보장성 상품 중심의 영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보험사 안민수 사장은 "장기보험은 기존 보장성 상품 중심의 영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장보험료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전속 조직 역량 제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상품 공급 등을 통해 현장 영업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짚었다.
현대해상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4% 늘어난 3369억원이며,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0월 기준 19.4%를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 3위 동부화재와 좁혀진 격차를 벌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으로 다가왔다.
이철영 부회장은 기념사에서 "영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대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을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전속조직 도입 및 육성 강화, 온라인 영업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곳도 있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하지만,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임단협이 2년째 난항을 겪는 등 비판의 눈초리를 받았다.
양종희 사장은 "혁신의 속도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에 노사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척 안타깝다"며 "노사 합의와 협력만이 상생의 길임을 잘 알기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제언했다.
◆생보사, 자원·경쟁력 확보로 자본확충 부담 극복
지난해 순익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낸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이슈를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약 1608억원에 이른다. 아직 당국에 지급 의사는 밝히지 않았으나, 지급 관련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 회계기준에 따른 자본 확충도 필요하다.
김창수 사장은 "올해는 구호와 형식 대신에 실행력 제고에 박차를 가해 질경영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 것"이라며 "창립 60주년인 올해 가치경영 핵심지표인 신계약 EEV(내재가치)를 중심에 두고 회사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역설했다.
삼성생명과 같은 이유로 한화생명 역시 올해 자본 확충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3분기 누적 순익 4128억원으로 전년보다 20.7% 하락했다. 보험사의 건전성지표를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도 289.8%로 전년동기에 비해 32%포인트 내려갔다.
한화생명은 올해 신년사를 내지 않았지만, 작년 12월 개최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악화된 순익을 회복하기 위한 '정유년 3대 중점 추진 방향'으로 △신계약가치 기반의 상품판매 △보험 본원적 손익관리 강화 △운용자산이익률 제고 등을 설정했다.
회의 당시 차남규 사장은 "한화생명은 근본적, 지속적 혁신을 통해 위기 극복을 넘어 일류 한화생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낭비 요소는 철저히 줄여나가겠지만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는 과감히 실시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질타를 받은 교보생명은 1월부터 자살보험금 일부를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3분기 순익이 다소 감소한 와중에 예상치 못한 자살보험금 환급 탓에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월 발표한 '비전 2020 5개년 계획'을 그대로 유지했기에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IFRS17 도입 등 급격한 환경 변화를 앞두고 마케팅의 양대 축인 상품과 채널의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생명보험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 더해 디지털에 기반을 둔 신 성장동력 발굴에도 힘을 쏟는다는 밑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