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작년 국정농단 악재에 휘말리면서도 나름의 성적을 거두며 선방한 은행권. 초로(焦勞)에 시달리던 지난해를 넘기고 정유년(丁酉年) 새해 국내 금융그룹 회장들이 가장 먼저 제시한 신년 화두는 '디지털 강화'다.
저금리·저성장 장기화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모바일 등 비대면 사업의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국내 은행권 경쟁은 여느 때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민영화에 성공한 핀테크 강자 우리은행이 본격 출격을 예고하고 있으며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연내 출범에 따라 핀테크 경쟁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비대면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시해 미진했던 경영에 매진하고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사업방향을 새해 경영 방침에 담았다.
◆신한 "차별화 디지털 전략" 해외시장 진출에 활용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의혹, 인천 시금고 선정 로비의혹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한 탓에 신한은행은 신년 경영방침을 고객 신뢰회복에 맞췄다.
이를 의식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외부충격에 선제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에서도 지난해 2조56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3년 연속 '2조 클럽'을 달성한 신한금융지주는 탄탄한 내실을 다진 만큼 올해 디지털 차별화 전략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동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의 과제는 기술을 활용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경험을 줄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비금융과 제휴를 통해 고객의 디지털 생활 속으로 들어가서, 고객의 니즈를 먼저 읽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 리딩뱅크 탈환…핀테크 영역 인력·투자 '확대'
KB금융지주는 지난 2014년 내분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반 퇴진하는 'KB사태'를 겪으며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당시 사태 수습을 위해 등장한 윤 회장은 '서로 생각이 달라도 화합하고 단합해야 한다'는 의미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역설하며 조직 안정화를 이뤘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체질 개선도 성공했다. KB금융은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그룹 내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갖췄다.
그러나 KB금융이 강조하는 리딩금융그룹 위상 회복을 위해 은행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런 만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올해 신년사는 리딩금융그룹 탈환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윤 회장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며 "'디지털 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데이터 분석, 로보어드바이저, 생체인증 등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 영역에 인력을 늘리고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나, 합병시너지 위시해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 제공
'하나·외환' 합병시너지를 본 하나금융그룹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76.6% 급증한 4501억원.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은 KEB하나은행으로 합병했고, 2016년 6월 전산통합을 마쳤다. 합병 과정에서 응당한 고충이 있었지만 상처 회복에 힘을 기울인 결과 큰 악재 없이 병신년을 넘길 수 있었다.
여기 탄력을 주고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신년 화두로 던졌다. 기업문화와 영업방식에 있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변화와 혁신 방법으로 전 방위적 디지털 활성화 방안인 '오가닉 비즈니스(Organic Business)'를 언급했다.
그는 빌 게이츠가 말한 '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을 인용하며 "현재도 시장에는 20개가 넘는 페이 서비스가 경쟁하는 만큼 고객이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오가닉 비즈니스기업으로 변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NH농협, 리스크 관리 '강화' 모바일뱅크 '고도화'
작년 NH농협은행은 안팎으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상반기 조선·해운업 대출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늘면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상반기 적자 규모는 3290억원이었다.
다행히 농협은행은 다양한 위기 대책을 통한 비상경영 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농협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미얀마,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했으며, 모바일 융합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출시하는 등 미래 성장 기반도 착실히 다졌다.
농협은 기세를 몰아 영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리스크 관리역량 강화, 신 성장동력 발굴을 도모해 '2017년을 농협금융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각종 위험요소를 사전에 찾아내고 시의성있는 대책 마련으로 선제적 대응체계를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며 "농협금융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유가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크게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지주 내 산업분석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산업별 포트폴리오 관리, 조기경보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농협금융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리스크 인프라를 구축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신 성장 동력인 '디지털 금융'도 거론했다.
그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올해 지주와 은행에 디지털금융단과 디지털뱅킹 본부를 신설했다"며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올원뱅크 고도화, 빅데이터 활성화 등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건전성 관리 역점…고객기반 넓히고 '위비'에 올인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도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비해 건전성 비율을 높이고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며 건전성 관리에 힘쓸 것을 임직원에게 바랐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급증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등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제재 항목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초과하는 다세대·연립주택담보대출 증가, 부실기업 대출 등 30여개에 달했다.
이에 대응해 이 은행장은 "특히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비해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우량여신 비중을 늘려 품질 위주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품질 위주의 성장 수단으로 위비플랫폼을 활용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와 모바일뱅크 고객기반 확대도 요구했다.
이 은행장은 "지난해 구축된 4대 위비플랫폼의 고객 확대를 목표로 고객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휴영업팀을 중심의 영업을 활성화해 고객 기반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올해 포부를 다졌다.
더불어 "위비플랫폼과 유통, 헬스케어, 교육 등 온·오프라인 생활밀착형 플랫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타행과 격차를 더욱 벌리고,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개발해 최고의 금융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