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EU 수출 '어묵 명태살' 함량 줄다리기, 배경은?

어족자원 부족 상황에 '원산지' 해법 골머리…마지막 각론 풀릴 조짐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04 15:23:4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어묵의 유럽 수출길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한-유럽연합(EU) 무역위원회(장관급)를 열어 각종 비관세장벽 등 통상현안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어묵의 원료 함량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경부터 당국의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던 어묵의 재료 비율 문제가 드디어 처리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 물꼬 트기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간 특혜관세 쿼터의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이던 1000톤가량이 혜택 대상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된다.

2011년 협상 당시 '원산지 기준' 해결 '총론' 합의됐지만…

EU는 식품의 주원료 성분 비율을 5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어묵이 명태 함량 90% 이상이 돼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받는 것에 대해 지적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외교 당국에서 애초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당시 문제 협상의 기본 틀을 잘못 놓은 게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당초 이처럼 비싼 명태살 기준으로 합의가 이뤄진 배경은 바로 원산지 기준 때문. 무역 일반에서 원산지 기준은 중요하게 논의되지만 특히 수혜 대상과 폭이 클 수밖에 없는 FTA에서는 민감한 문제다.

자칫 다른 나라 물건을 사들여 단순 가공해서 판매하는 경우까지 자국 시장에 무방비로 열어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중과 자국 산업에 미치는 여파 등을 계산, 고려해가면서 신중하게 협상할 수밖에 없다. 이 결과 어묵의 대EU 수출 관련 기준을 마련할 때 원산지 기준이 재차 부각됐다.

과거 자료를 보면 이미 2010년경 EU지역에 2000톤 정도를 매년 수출하고 있었다. 한-EU FTA를 통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 어묵에 대해서는 관세 20%를 순차적으로 감축하게 되고,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관세를 계속 내면서 수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산자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서 특혜 관세를 적용받는 쿼터에 대한 협상이 현재(지난해 기준) 3500톤 부여된 가운데 이 중 2500톤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1000톤의 이른바 사각지대 물량의 경우 명태살 90% 기준선을 적용받는 게 문제라는 마지막 숙원 협상 이슈가 잔존했었다. 

이번 협상에 따라 올해 관세위원회에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EU의 기본적 태도 전환이 이뤄진 만큼 연중 어묵 수출의 길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태 어종 고갈 비롯 복잡다단했던 매듭 드디어 풀리나

그럼에도 명태 함량이 애초 90%로 잡힌 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한-EU FTA 협의 당시 우리 산업계에서는 어묵 전체에서 40~50% 정도를 물고기 살(어육)로 하고 밀가루와 향료 등 다른 재료를 첨가했다.

그러나 국제무역상 원산지 기준의 예외로 인정, 적용받기 위해서는 중량당 최소 40%가 어류로 구성돼야 한다는 제약이 따랐다.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현재 연근해 어종을 잡다하게 넣지 않고 주로 명태를 수입해 어묵을 만드는 관행 등을 모두 따져 명태살 위주로 협상을 했다는 전언이 나온다.

가까운 바다에서 더 이상 명태 등이 잡히지 않는 와중에 이처럼 원산지 기준 예외를 적용받는 선을 맞추며 함량 기준 줄다리기를 하는 게 차선책이었다는 것.

다만, 막판에 명태살 90% 기준이라는 높은 벽을 해결하지 못했고, 양국 간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 EU 쪽의 일방적 요구가 그동안 적용돼왔다. 농림수산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된 상황에서 결국 문제를 우리 쪽에 유리하게 완성하지 못하고 무역위원회 의제로까지 올랐으니 만시지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어족 자원을 풍부히 갖지 못해 원료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가공 식재료인 어묵을 수출해야 하다 보니 약 5년의 노력을 더 기울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