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병신년이 지나고 정유년의 해가 밝아왔다. 지난해 각종 악재에 시달렸던 카드사 수장들은 연초부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역시 일찍부터 카드업계 위기론이 대두한 만큼 그들의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마케팅이나 신사업 등에서 불안정했던 부분들을 올해 보완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카드 사장들의 신년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속도경영 가속화…실질적 성과 창출"
2일 시무식에서 위 사장은 "2017년에도 속도경영을 가속하기 위해 DT드라이브(DT Drive)를 전략 방향으로 수립했다"며 "진출한 국가에서는 현지 고객의 특성에 맞는 상품과 영업 채널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외치기도 했다.
작년 신한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 악화에 성장이 다소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걱정은 현실이 됐다. 2016년 3분기 순익을 보면 전년 대비 5322억2000만원으로 2.04% 소폭 성장에 그쳤다.
다행히 기본적인 인프라는 지난해 쌓아뒀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국내 카드사 중 처음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신용카드 사업을 승인받았으며 미얀마에서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디지털 시대에 맞게 IT 기술을 활용 중이다. 일례로 AI 기반 비서 서비스 '판페이봇'을 준비했으며 올해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렇듯 탄탄한 인프라로도 아직 이렇다 내세울 수익을 거두지 못한 신한카드는 올해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강조한 상황이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인프라 기반 '디지털化' 본격 진행"
삼성카드는 업계 전반에 깔린 악재 외에도 매각설에 연루되는 등 다사다난한 지난해를 보낸 만큼 원 사장은 올해는 디지털 1등 카드사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삼성카드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개편에 서두르면서 지난해 내내 매각설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러한 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디지털 사업을 통해 삼성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을 늘렸다. 지난해 '디지털 1등'을 강조하며 업계 최초 24시간 365일 심사·발급 체계를 구축했으며 태블릿PC로 하는 회원 유치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디지털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원 사장은 △고객의 디지털 채널 활용 확대하는 히트 상품 및 서비스 개발 △고객 충성심 증진을 위한 개인 맞춤형 마케팅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 등을 2017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휴면카드·민원 증가'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기업중심은 고객"
지난해 KB국민카드는 순이익 감소도 문제였지만, 휴면카드와 민원 수치 증가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KB국민카드 수는 116만2000장으로 8개 카드사 중 상위권에 꼽혔다. 또 3분기 회원 10만명당 건당 민원 환산 건수는 1.52건으로 전 분기보다 26.7% 불어났다.
윤 사장은 이 같은 수치를 고려한 듯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 기업이 되자고 역설했다.
윤 사장은 "우리의 가치와 지향점은 항상 '고객 중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일하는 이유도 결국 고객 행복에 있으므로 성장지표 숫자 안에 얼마나 많은 고객 가치와 행복을 담아냈느냐를 되짚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디지털화 통한 금융사업 한계 도전"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 순이익은 1535억8500만원으로 5.88% 줄었다. 이처럼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 리볼빙서비스 불완전판매로 금융감독원에 기관경고 제재까지 받았다. 이에 현대카드는 불완전판매 고객에게 이자 수익분을 전액 환불해주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금융사가 아닌 '다른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이유도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의지는 신년사에도 드러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는 디지털화는 금융사업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며 "대규모 조직 신설 등 디지털 부문에 대한 투자도 전 세계 금융권을 통틀어 유례가 없을 정도의 규모로 이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현대카드는 지난 4월 '디지털(Digital) 현대카드'로 BI를 바꾸고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에 디지털 캠프를 설립한 바 있다. 이외에도 락앤리밋, 가상카드번호서비스, 페이샷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했다.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성장 위한 '모바일 카드사' 혁신"
신년사에서 채 사장이 내놓은 전략은 △유치채널 효율화 △빅데이터 기반 경쟁력 제고 △고객 중심 업무 프로세스 개선 △신기술 경쟁 주도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지문인증서비스 개설 외에는 무미무취한 한 해를 보냈다. 때문에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이익 역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이기도 해 큰 혁신이 어느 카드사보다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금융사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지문인식서비스를 앱에 연동해 제공하는 등 ICT 변화 환경에서 신기술 경쟁을 강조하기도 했다.
채 사장은 "ICT 기술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금융업에서도 거대한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는 핀테크·빅데이터·AI 등 IT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의 기술제휴와 역량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