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법률칼럼]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딜레마'

이상전 마음다해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기자  2017.01.04 10:45:1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불가능하다'고 안있다.

우리나라 이혼법제는 유책주의를 취하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명제는 틀리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많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취하지만 상당수 하급심 법원의 판사들은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그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이 되면 하급심 판사들은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판시를 많이 하고 있다.

이 경우 유책이 없는 배우자들은 매우 억울함을 토로한다. 즉 "나는 잘못이 없는데 왜 이혼을 해줘야 해?"라고 항변하게 된다.

사실 파탄주의를 취하게 되면 잘못도 없는 상대방 배우자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 파탄주의를 취하기 위해서는 많은 입법론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파탄주의를 취하는 외국의 경우는 '협의이혼'이라는 제도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협의이혼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유책배우자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충분한 보상을 통해 상대방 배우자를 설득함으로써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굳이 파탄주의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또한 외국의 경우는 파탄주의를 취하면서 유책이 없는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마련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반해 우리는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 대책을 전혀 마련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파탄주의를 취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파탄주의를 취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유책이 없는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 법제에서 하급심 판사들이 파탄주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파탄주의에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상대방 배우자에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제도를 유명무실화할 우려가 있다면 파탄주의에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 예로 유책배우자가 오로지 이혼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우자를 폭행하고 자녀들을 학대하며 자녀가 자신을 때리도록 유도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들이 가끔 있다.

이는 가족제도 자체를 허물어뜨리려고 하고 상대방 배우자의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려 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파탄주의를 취한다 하더라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안에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면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제도를 유명무실화시키려는 유책배우자의 뜻을 법이 허용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사람들을 오해시키기 좋은 문구가 된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이혼제도가 보다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한 지속적의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전 마음다해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