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정유년 새해 경영목표와 지향점을 밝혔다. 특히 이들은 올해 국내 증시를 둘러싼 환경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자산배분과 투자은행(IB) 등의 업무에 힘을 쏟으라고 주문했다.
중소형 증권사 대표들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경쟁력 강화를 당부하고 나섰다.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 정권 출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 마무리 등 대내·외 투자정서가 혼잡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가 초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형 증권사 "적극적 투자·WM 집중"
자기자본 6조700억원으로 국내 1위 증권사가 된 미래에셋대우의 박현주 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4차 산업 혁명의 현실화에 따른 '투자'를 화두로 내세웠다.
지난해 그룹차원에서 시작한 신성장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호텔과 오피스 등 해외 부동산 위주의 대체투자, 여기에 지난해 아쿠쉬네트로 재미를 본 사모펀드를 활용한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창업 때부터 단 한 번도 '투자'라는 DNA를 잊은 적이 없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투자'의 야성을 갖고 제2의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만나 '미래에셋대우'로 재탄생했고,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을 인수하면서 연금 전문회사가 될 수 있는 힘을 축적했다. 멀티에셋자산운용과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등도 출범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과제로 안정적인 개인자산관리(WM) 수익기반 구축, 글로벌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자본활용 비즈니스 고도화, 금융업의 디지털화 등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WM 자산규모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때까지 기반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이에 적합한 형태로 영업모델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 더해 "WM 관련 자산을 크게 늘려 수익구조를 안정화하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사업부문도 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이 WM에 집중하는 이유는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서다. 기존 증권사들의 주 수익원은 수수료였다. 그러나 요 몇 년간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한 증시와 고객유치를 위해 낮아지는 위탁매매 수수료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것이 WM시장이라는 것. 저금리에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싶은 고객들의 요구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합해지며 국내 WM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삼성증권도 올해 WM시장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이 다양한 국내외 이슈에 노출된 상황에서 해외투자 등 공격적 IB 영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국내 고액 자산가들이 모이는 WM시장에 치중하며 발행어음 등 신규 허용 업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신년사 중 특히 "본사 영업부문과 WM의 협업, 외부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그 역량을 제곱으로 증가시키는 효율의 위력을 발휘하자"며 "초고효율과 스피드를 통해 경쟁환경 변화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형사, IB·신성장 동력 확보 주력
유안타증권은 올 한 해 중화권 전문 증권사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리테일 강자로의 자리매김, 우수인재 확보 노력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이 증권사의 서명석, 황웨이청 사장은 "지난해 골든센츄리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앞으로도 범 중화권 관련 비즈니스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사들이 부러워할 성과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부탁했다.
무엇보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업계 상위 수준의 리테일망을 회복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국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2013년 하반기 2%대로 추락했던 수수료 수입 기준 유안타증권의 주식 위탁매매 부문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4.5%로 올라섰다.
국내 증권사의 수수료수입 기준 시장점유율은 평균 2%대. 최상위사가 8%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유안타의 리테일부문 입지가 크게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신년사는 올해 질적인 변화를 꾀하고자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신규사업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은 "2020년 자기자본 1조원을 달성하기 위해서 올해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창출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4년 전부터 추진해 온 해외사업은 성과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직 그 역량이 부족하다며 해외사업을 한 단계 레벨업하겠다"고 첨언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그동안 일본과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 국가의 해외 금융사와 업무제휴를 체결해왔다.
KTB투자증권도 중장기 성장을 위해 대형사와 차별화된 특화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전했다.
최석종 KTB투자증권 대표는 "KTB투자증권의 핵심 사업으로 IB부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며 "대형사와 차별화된 KTB만의 IB를 개척, 진정한 특화 증권사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지난해 4월 KTB투자증권은 중소기업 특화 IB로 선정됐다. 이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조성과 코넥스시장 상장, 유상증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에서 특화된 힘을 가진 키움증권은 업계를 선도하는 증권사로의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외부 환경에 대해 핑계대지 않고 관행적으로 해왔던 비즈니스의 틀을 깨고 항상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키움의 역사이자 운명"이라며 "올해에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선도적으로 하는 키움이 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