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수·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03 14:32:23
[프라임경제] 제조물에 문제가 있는 경우 당국이 회수 명령(리콜)을 내리고 있으나, 그 세부 과정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 연락이 오지 않거나 제조사의 대응이 미비하고, 교환이나 환불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새해 들어서는 뽀로로 자동차 납성분 초과 검출 문제와 관련해 A통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된 이 제품은 바퀴 부분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돼 리콜 조치됐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환불 접촉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영수증을 지참하거나 구매 이력이 남아있는 경우 환불 등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일선 판매점들도 노력 중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환불 상황을 모른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판매처로 소비자들이 몰리는 상황은 제조사를 통한 교환 방식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A통상은 바퀴 부분을 교체해주겠다고 밝혔으나 소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제조사가 유통 전문기업 영업망 리콜에 협조 요청
울산지역 주부 B씨는 해당 뽀로로 자동차와 관련해 유통채널 C마트, D마트 등에 문의했다. 이에 C마트는 자사 구매 상품이 아니면(영수증으로 입증을 못하면) 환불 협조가 어렵다고 응대했다. D마트는 영수증 등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일부 환불, 일부 자체 포인트 적립 등을 요구했다.
B씨는 리콜 제품에 대한 판매처들의 이 같은 제한적인 호의가 법적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본지에 문의했다.
이에 본지는 약품과 식품 등의 문제 발생 시 리콜을 요구하는 주무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장난감 등의 문제점 발견 시 행정명령을 내리는 국가기술표준원에 관련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사에 회수토록 하고, 유통 채널 등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제조사가 판매 대상인 유통업체들에게 반품 과정을 돕도록 요청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품의 경우 유통 경로가 단순해 반품을 하는 경우 안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안전상비약이 편의점 등 판매가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약품은 제조사-약국 등 단순한 유통 단계만 밟기 때문에 거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기술원의 설명 역시 식약처와 다르지 않았다. 제조사가 명령 대상이며 (절차 편의의) 디테일까지 우리가 요구할 것은 아니라는 것.
국가기술원 관계자는 "예를 들어 마트에 회수시켜라 식으로 할 수는 없고, (유통 채널들을 리콜에 개입하도록 요청해 끌어들이는 것은) 제조사가 솔직하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리콜에) 대응하는가 노력하는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는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마트 등에 요청을 해서 적극적으로 하는가, 혹은 속수무책이냐가 바로 '브랜드(의 힘)'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며 "뽀로로 자동차의 경우 마트 등에서 환불해 주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제조사가 자사의 특정 부서나 채널을 통해서만 소비자들이 환불 내지 교환할 수 있도록 진행해도 사실상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형마트 등이 가진 실핏줄처럼 전국에 퍼진 영업망을 활용해 소비자 리콜의 편의를 한층 더 배가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호의의 영역에 해당하는 셈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다소 상이한 리콜 참여 여부나 적극성의 차이 등은 법리 해석의 문제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울산지역 소비자 불만 고조…왜?
이 같은 상황에서 개별 유통업체가 리콜에 참여할지 자사 구매 이력 고객만 챙길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외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D마트의 사례다.
D마트는 자사의 리콜 처리망을 통해 환불(일부 현금에 일부 포인트 제공)을 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A통상을 통해 자신의 판매 물량으로 뭉뚱그려 다시 처리를 받게 되는 만큼 전체적인 현금 환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고자 A통상에 연락을 취했으나, 소비자 불만 전화와 리콜 요청이 폭주해 3일 현재까지도 통화 중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아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경우 자신이 팔지 않은 물량에 대해 제조사로부터는 돈으로 돌려받고 소비자에게는 포인트 적립을 요구한다면, 이는 결국 자신의 물건을 나중에 사도록 묶어두는 효과가 생긴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E대학 법학연구소 연구원(민사법 전공)은 법리상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판단이다. 자신이 절차를 대행해주는 와중에 아무런 이익을 챙기지 않도록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부연이 따랐다.
일종의 부당이익이라고 볼 여지가 있지만 한편 이 절차를 타인을 위한 사무처리로 이론 구성한다고 보면 사소한 이익을 문제 삼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같은 효과를 불법행위로 구성해 위자료 등의 문제가 있다 보기도 어렵다는 첨언이다.
F 연구원은 "대법원의 형사법 판례 중에 뇌물죄의 이익 해석을 다룬 사건을 포괄적으로 참조할 필요가 있다. 2000도5438 사건에서 공직자가 편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갑 토지와 민간인의 을 토지를 교환한 것을 뇌물 이익 영득으로 본 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갑 토지가 가격이 더 높았지만, 단순히 가격 비교가 문제가 아니었다"고 상황을 따졌다.
이와 함께 "땅은 잘 팔리지 않는 곳인 경우가 있는 등 그 세부적 상황이 다른 경우도 있고, 갑 토지를 급히 팔지 못하는 경우에 상대적으로 다른 조건이 좋은 을 토지로 바꿔치기를 한 편의가 없다고 할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이익까지도 뇌물이라고 보고 처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따라서 이 경우는 뇌물죄는 아니지만, 포인트 적립이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고객을 만드는, 일종의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만은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더불어 "처벌까지는 몰라도 논의를 정밀하게 따져 본다면, 이익을 환수하거나 할 대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제로 행정청에서 나서서 이런 일을 만들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개인 의견을 피력했다.
A통상과 D마트 사례 같은 '얌체 상혼'이 판칠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리콜의 절차와 민간의 관여 필요 등에 대한 사회적 프로세스 확립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강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