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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설 요리 오세치와 어린이 벤토 '캬라벤'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기자  2017.01.03 13: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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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의 설은 1월1일이다. 일본어로는 '간지츠(元日)' 또는 '간탄(元旦)'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날을 전후해 6일간을 법정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요일의 배열에 따라서는 1주일이 넘는 연휴가 이어지기도 한다.

연휴 중 정초의 1~3일을 '산가니치(三が日)'라 하는데 이 때 몸에 이로운 약재로 담근 '도소(屠蘇)'라는 약술과 함께 야채를 넣고 끓이는 떡국인 '조우니(雑煮)'를 먹는 풍습이 있다. 또 집집마다 문 앞에 서양의 크리스마스트리와 같은 '카도마츠(門松)'를 장식한다.

각 가정에서는 전통 명절음식인 '오세치(お節)'를 만든다. 지역에 따라 종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검은콩·청어알·잔멸치·우엉·카마보코(오뎅)·계란말이·으깬 밤·구운 방어·장어·초절임 무·연근·삶은 다시마·토란·금귤·인삼 등이 대표적이다. 

산해진미가 망라된 오세치는 종류가 많고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 산가니치 기간 중에는 세신(世神)과 함께 먹는다고 믿는 조우니를 만들 때 이외에는 신성한 불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성을 일시 가사에서 해방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로 들어오며 식품의 보존기술이 발전하고 입맛과 생활양식이 바뀌며 중화풍이나 서양풍 오세치도 출현 중이다. 연말이 되면 유명 음식점과 외식업체·백화점·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오세치 특수를 잡으려 유명인사를 내세우는 등 홍보와 판매에 열을 올린다. 

일본이 중국문화권의 공통명절인 구정을 서양력으로 바꾼 것은 메이지(明治)유신 6년 후인 1874년의 일이다.

이와 함께 소개할 '캬라벤'은 캐릭터(character)의 일본식 표기 '캬라쿠타'에 벤토를 합성한 말이다. 밥과 반찬을 어린이가 좋아하는 만화나 연예인 캐릭터 등의 이미지를 따서 예쁘게 디자인한다. 

도시락을 열면 팬더 모양의 주먹밥이 웃고 하트형 계란말이 등이 들어있다. 원숭이·자동차·글씨도 자주 활용되는 단골 소재다. 때로는 밥 위에 검정깨나 김을 사용해 응원 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지난 1932년 발간한 '아동의 음료와 벤토' 잡지에서는 어린이의 편식을 고치는 방법으로 '재료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할 것'과 '요리의 외관에 아름다움을 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 후 1974년 사와다스미코(沢田澄子)라는 요리연구가가 밥 위에 김이나 '소보로(육류나 어육을 튀겨 잘게 부순 것)'를 이용해 원숭이 얼굴을 그려 넣고 빵을 이용해 입체 자동차를 표현하는 등 초기 형태의 캐릭터 벤토를 선보였다. 

캬라벤이라는 용어는 1993년 부티크라는 출판사가 '캐릭터를 이용한 귀여운 벤토'의 의미로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무렵 아사히(朝日)신문 같은 전국지가 호응을 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확산에 힘입어 기발하면서도 다양한 캬라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미국에 거주하는 유명 푸드 디자이너 브레네코 유키코가 제공하는 '캬라벤 레시피' 시리즈는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하나의 교본처럼 활용된다. 

아이들의 편식과 비만 문제로 고민하는 많은 외국 주부가 요즘 캬라벤에 열광하고 있다. 

캬라벤은 일본의 벤토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중이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