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반대 수위를 노골적으로 높이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닥친 중국발 리스크에 업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달 한국행 전세기에 대한 운항을 불허하는 것은 물론 여행사들에게는 오는 4월까지 한국행 여행을 20%가량 줄이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여행 근절이 명분이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대목을 노리던 국내 관광업계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의 몽니에 발만 동동 구르던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이번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공업화신식부는 '제5차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오전에는 95개사의 498개 모델이 포함됐으나, 한나절도 안 돼 493개로 수정됐다. 공교롭게도 수정된 목록에서 지워진 5개 모델이 모두 한국산 배터리를 쓰는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의 보조금 지급 차량 발표와 수정되는 과정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인증과 관련해서 중국의 보복이 계속 있어왔기 때문에 이번 보조금 제외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목록에 포함했다가 일부러 수정한 것이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사드 비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기업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으나 아직 전기차 배터리 규준 인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제4차 인증에서 떨어진 이후 5차 인증을 준비해왔으나 중국 정부가 최근 심사를 미루고 인증을 받기 위한 연간 생산능력 기준을 약 40배 강화한 바 있어 현재는 손을 놓은 상태다.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를 사용한 완성차는 후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어 처음부터 국내 기업들은 이번 5차 보조금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번 보조금 발표 차량의 목록을 살펴보면 우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중국 정부의 인증을 받지 못한 현지업체들의 배터리를 사용한 완성차들도 포함돼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눈을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중국 정부에게 휘둘릴 수만도 없다는 것.
LG화학은 폴란드에 유럽 최대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하고, 삼성SDI는 헝가리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공장을 리모델링해 배터리공장으로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LG화학은 유럽 업체를 겨냥해 ASPICE에서 최근 전기차 구동을 위한 차량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LG화학이 관리 인증을 획득한 평가 모델 ASPICE는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회사를 대상으로 설계·검증·관리 등 15개 SW 영역의 역량을 심사하고, 개발 프로세스 및 품질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국제 인증 모델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아무리 큰 시장이라고 해도 안 되는 곳을 붙들고 있을 순 없지 않나"며 "중국에 두고 있는 공장은 미래를 보는 차원에서 유지하며 유럽업체들과 적극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