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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자유시간 놀거리' 책임질 여행상품 쏟아질까

저가 모객 방식, 전세기 금지 직격탄…근원적 수술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02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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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지난해 12월 말 서울 유명 재래시장 중 하나인 광장시장 한편. 관광버스에서 줄지어 내린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길거리 음식과 싸고 질좋은 시장 상품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이들의 안전을 위해 도착 시점부터 교통정리를 위해 경광봉을 든 경찰들이 버스 에스코트를 해줬다. 보통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 숙소, 남대문이나 고궁 앞 사진 촬영 몇 번 후에는 쇼핑점 무한 반복 방문이라는 선입견과 확연히 다른 코스에 관광객들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직접 무역을 하는 제조업 부문 외에도 여행과 면세점업계 등 많은 소비산업 전부문이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행 관광객 수와 쇼핑 횟수 등을 제한하고 전세기 운항에 대한 불허 방침을 밝히는 등 본격적 압박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하고 있다. 연초 '춘제(중국의 설)'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 향후 면세점이나 여행 부문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항공사들이 중국 항공총국에 금년 1월 한·중간 부정기 항공편 취항(관광객 운송을 위한 전세기가 주로 이 방법을 씀)을 신청했지만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고, 중국 일부 항공사들도 우리 당국에 요청했던 부정기 항공편 신청을 철회하는 등 중국 관광객의 한국 나들이길이 크게 좁아지게 됐다.
 
문제는 들어올 인원이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라 들어오는 인원의 씀씀이 중에 특히 한국 관련 산업에 타격이 클 법한 지출을 묶는 공략이 함께 이뤄진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현지 여행사들에게 한국행 여행객 수를 전년대비 20% 줄이고, 쇼핑 역시 1일 1회로 제한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쇼핑 횟수 위반의 경우 약 30만위안(5000만원)의 벌금까지 부과한다는 것. 이 같은 지침이 조만간 가시화되면 그 타격은 한국 파트너 업체들에게 바로 미치거나 오히려 더욱 큰 충격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여 국내 관광을 알선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업체) 여행사들은 출혈 경쟁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다. 중국인 관광객 600만시대가 열렸음에도 이미 이번 사드 문제 이전부터 업계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상공회의소 분석을 보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증가 규모보다 한국 업체 간 경쟁 심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 형성돼, 원가 이하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상황이 일반화됐다는 것.

당시 조사에서 상공회의소는 "쇼핑과 옵션 확대(54.8%), 다른 여행 상품에 비용 전가(27.0%), 손해 감수(11.9%) 등이 손실분 보충의 방법으로 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무턱대고 참거나, 일단 받아들여 많은 쇼핑 방문과 과도한 옵션 유도 등을 통해 벌충하는 것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도 이미 이런 조삼모사 방법으로 중국인 방문객을 받아들이면 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된다는 것. 더욱이 그런 실망과 재방문율 하락 등이 문제가 되기 전에 중국 당국이 아예 쇼핑 횟수 제한 등을 중국쪽 송출 여행사 쪽에 제한하고 나서면서, 한국 인바운드 업체들은 아예 손을 묶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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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단체로 면세점-쇼핑센터 등에 몰아넣는 방식을 향후 구사하는 데 한계가 온 만큼 쇼핑 횟수 제한 등에 걸리지 않을 다른 놀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나마 줄어든 방문 수요에서 이 같은 모객 수수료 등 당장 떨어지는 돈까지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쇼핑을 돌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하기에는 이미 전세기 금지 압박의 타격이 크다. '규모의 경제' 면에서 더 이상 이 같은 방식에 기대는 대신 다른 방안으로 제값을 받는 고객 유치로 전환을 할 필요가 높다는 주문이 나온다.

광장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 등에 관심을 갖는 산커(개별 여행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고 이들끼리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는 움직임이 이미 회자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광장시장 방문 스케쥴 등 새로운 노력도 가미하는 것으로 포착됐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도 단순히 고객을 쇼핑 코스에 몰아넣는다는 중국 당국의 억지성 지적을 완전히 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교한 활용 방안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추가로 붙는다. 우선 산커들이 개별적으로 한국의 수산물이나 닭, 돼지 요리 등 이색적인 먹거리를 찾는 것처럼 단체 관광객에게 방문 기회를 개발해 주는 것을 상품의 일환으로 구성할 것인지, 단체 관광객의 자유시간 활용 기회 제공 정도로 할지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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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자를 특화해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과 여행객 중 희망자 일부에게 자유시간 활용 기회 제공 정도로 보너스 프로그램을 주는 쪽 중 안전성이나 수익성 면에서 우수한 것은 전자라는 이야기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특이하고 이색적인 한국적 놀거리 아이템을 제공해 주고, 자유시간 내 사고 발생 등을 잘 관리하는 것을 체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제3의 의견도 나온다.

물론 현재 우리나 해외나 공히 여행자보험 등으로 자유시간 내 사건사고를 처리하도록 구성하는 예는 일반적이지 않다. 이 같은 부담을 지게 되면 또 다른 출혈 모객 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한국의 한 유명 여행사는 동남아 현지의 자유시간에 수상스키 사고가 난 경우 배상책임을 부정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냉엄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당국과 어느 정도 검증되고 안전한 아이템을 마련하고 이를 추천하는 것은 관광 수요 개발 면에서 무리한 일이 아니며 여러 주체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한국처럼 치안이 우수한 경우 특히 제한된 장소와 시간을 특정해 주면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장점이 높다.

위험도가 낮은 범위 내에서 자유시간 활용도 높이기가 활성화되면 이 같은 작은 위험의 추가 위험까지 보장해주는 틈새시장 여행자보험 개발 등이 뒤따라, 그야말로 완전히 빈 틈을 메울 수도 있다.

아울러 이번 면세점 특허 발부로 서울 시내 면세점 지도가 크게 달라진 점도 과거 일방적인 쇼핑 돌리기를 지양하고 다양한 상품 개발을 해볼 여지를 만들어 준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 면세점'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산업과 미용 등 다양한 아이템을 결합시키는 방식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드 보복 등으로 작아진 수요를 이 돌파구를 활용해 다시 극대화할 대안이 가능하다는 것.

LIG증권의 "면세점업도 직접 모객이 가능해야 경쟁력이 있다(2016년 12월20일 보고서)"는 지적처럼, 면세업과 여행업이 중국인 관광객 감소의 문제 상황을 서로 후원자와 선발주자처럼 함께 하면서 풀어갈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