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02 11:53:36
[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 정지된 이후 조용히 지내왔으나 돌연 1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상황의 전례를 보더라도 탄핵 심사 기간 중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전혀 불가능하게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번 간담회는 카메라와 노트북 지참을 하지 말도록 요청한 데다, 이전부터 언론과의 직접적 대화를 꺼리던 박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례적 성격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으나 미르나 K스포츠 재단 문제는 자신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냈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출연한 것을 강조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상적으로 일을 하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이른바 통치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간담회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게 전혀 없다는 점에서 배경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까지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 직접 출석하거나 특검 조사에 응해 스스로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또 다른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직접 소명하는 방법에 대해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이번 간담회로 실제로 확인된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소송 대리인단은 이미 박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으며 헌법재판소의 독자적인 증거조사 등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애초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도 거부했기 때문에, 이런 입장 표명은 결국 특검 조사까지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비록 이번 간담회에서 "특검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고는 했으나, 실제로 특검 수사에 반발하는 내심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특히 중요한 대목은 박 대통령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반응한 대목이다. 이런 측면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재차 강조해 여론전으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의 오장육부를 뒤트는 간담회'로 격렬히 비난했다.
친박(親朴·친박근혜) 역시 민감히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탈당 선언을 2일 내놓는 등 비박 인사들의 탈당과 보수 신당 결성 움직임 등 새누리당 내분 상황에 맞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친박에 대한 책임론과 압박을 소수 인사들이 나눠짊으로써, 친박 전체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당 전반에 대한 장악력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와 친박 간의 교감이 추측되는 대목으로,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빠르게 정국 전환을 시도할 움직임이 다수 나타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