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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상관습과 타협' 무학, 건폐율 탈법 물류센터 운영 전말

2015년 과일맛 컬러소주 운송부담 논란 무마 여파 풀이…공정위는 상관습 논란에 부정적

서경수·임혜현 기자 기자  2016.12.30 13: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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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수도권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지방 소주 메이커 무학이 물류센터 건폐-용적률 탈법 문제(본지 29일 보도)를 일으킨 배경이 서울지역 도매상들과 무리하고 불리한 협상을 한 여파라는 해석이 나와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무학은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배송 문제로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이하 서주협)로부터 지난해 초여름 공식 항의를 받고 자사 방침을 고쳤다.

당시 서주협은 무학이 수도권에 물류센터가 있음에도 도매상들에게 제품을 배송하지 않은 채 도매상들이 자기 차량을 이용해 직접 수령토록 해 피해가 커진다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무학이 내놓은 석류, 유자와 블루베리맛 등 컬러소주가 선풍적 인기를 끌며 주류시장을 주름잡던 때다.

무학은 이때 울산 공장과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 컬러시리즈를 경기도 용인 물류센터에 옮긴 후 다시 수도권 각 도매상에 배송했다.

문제는 무학이 도매상들의 자차수령만을 원칙으로 하면서 불거졌다. 이 때문에 용인과 거리가 먼 파주나 의정부 등의 도매상 불만이 비등했다. 아울러 수도권에선 비인기 제품인 좋은데이까지 컬러시리즈에 끼워팔면서 불만이 높아졌으며 이에 서주협이 공식 항의를 하게 된 것이다. 

이를 상관습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라고 해서 전면 직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도매상들이 원할 경우 자차수령도 가능하도록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롯데주류 역시 전체 물량의 90%만 직접 배송하고, 10%만 도매상들이 자차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무학이 가장 바쁜 컬러소주 히트 시점에 부득이 양해를 구한 것인데, 서주협의 강공 드라이브에 밀린 셈이다.

서주협의 항의 직후인 그해 7월 무렵 무학은 결국 일산에 땅을 마련해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었다. 비싼 땅을 사들였지만 이 지역은 개발 문제가 제약받는 땅이라 건폐율 및 용적률 문제에서 크게 불리했다. 바로 이 고양시 성석동 땅이 과밀억제권역이자 계획관리지역이기 때문.

더욱이 보통의 계획관리지역도 아니고 개발행위허가 운영기준 적용지역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무학은 일산 물류센터의 건폐율 문제를 피하고자 기존 건물들의 2층 증축 후에도 옆으로 건물을 더 늘려 쓰는 '가건물 적극 건립'의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는 다른 지역에서라면 가능해도 해당 계획지역에서는 큰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건폐율 등 기준을 회피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법 취지를 정면 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주협의 주장을 상관습으로 인정해도 이 같은 건폐율 등 회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상관습 논란이 공정거래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이를 배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공정거래위원회는 2005년 인텔이 AMD의 프로세서의 구입 수를 사실상 제한하는 항목을 포함한 계약을 PC 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 돌자 조사했다.

당시 인텔은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일본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종업원에게 연수 참가를 의무화하거나 일부의 상관습을 중지하는 등의 권고를 받았다.

같은 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중소기업이 보유한 신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자료예치제도를 마련하면서, 소프트웨어사업에서 상관습 적용 문제를 의도적으로 몰아내는 조치를 단행했다. 계약서 내용상 이견이 있는 경우 기존 상관습 우선에서 서면자료 우선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무학이 일산 물류센터 활용에서 규정 회피 논란을 빚은 배경이 수도권에 적당한 땅을 겸사겸사 마련한 재테크 문제도 있지만, 일종의 지역 텃세를 부당하게 받아들여 회사 주주들에게 비용 전가를 한 측면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