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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연회비 3억' R3CEV 가입 1년…실효성은?

올 초 시중은행들 잇단 가입, 글로벌 대형 은행은 줄줄이 탈퇴…노하우는 누구한테?

이윤형 기자 기자  2016.12.29 15: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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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시중은행들이 핀테크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기 위해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정작 글로벌 은행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거액의 회비를 내고 가입한 시중은행들의 가입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초 KEB하나·신한·KB국민·우리·IBK기업 등 국내 시중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글로벌 흐름을 공유하고 각종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R3CEV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R3CEV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업체인 R3를 중심으로 글로벌 은행들이 참여한 최대 컨소시엄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송금·결제 등 주요 금융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집단이다. 


설립 초기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9개 은행에서 출발해 현재 모간스탠리, 내셔널호주은행(NAB),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50개가 넘는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골드만삭스와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이 컨소시엄 탈퇴를 결정하면서 모건스탠리와 내셔널호주은행(NAB) 등 다른 은행들도 줄이은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4년 R3CEV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최근 글로벌 컨소시엄의 실효성이 그리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탈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R3CEV에 뒤늦게 합류한 국내 은행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은 매년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거액의 회비를 내면서도 은행들이 가입에 나선 이유는 가입 확정 당시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 등을 글로벌 금융사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가 및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컨소시엄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가입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은 줄줄이 탈퇴하는 상황이어서 국내 은행들에게 R3CEV의 활용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각에서는 가입 이후 실질적인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R3 주도로 KEB하나·신한·국민·기업·우리은행 등 국내 5개 은행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아직 논의 단계인 데다 R3CEV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글로벌 40개 은행들의 블록체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컨소시엄 가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구체적 사업 진행이 없이 글로벌 은행들의 블록체인 기술 개발 동향을 파악하는 데 연 회비 3억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