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각종 호재로 실적에 날개를 달았지만 대내외적 불황이 겹치면서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00270)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연간 항공여객수가 민간항공기 취항 68년 만에 1억명을 돌파했지만, 줄지 않는 부채 탓에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기내 난동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국적 항공사로서의 위상에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저유가와 화물운송 회복 등 호재에 힘입어 3분기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4.9% 증가한 3조1179억원, 영업이익은 34.7% 증가한 460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5108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매출액이 1조5554억원, 영업이익 15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9.4%, 233%가 증가한 수치다. 또 당기순이익도 1526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9월 기준 대한항공의 총 차입금은 14조7200억원, 부채비율은 917%다. 특히 오는 2017년 회사채 5166억원, 자산유동화차입금 9909억원을 포함한 총 차입금 약 4조8500억원이 만기도래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아시아나항공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시기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3조8786억원, 부채비율은 572%에 달한다.
물론, 지난 4월 비영업자산인 금호터미널 지분 100%와 지난 6월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50%를 전량 매각해 차입금을 축소함에 따라 부채비율을 2015년 말 대비 419.1% 감소했지만 차입금 중 1조4837억원이 내년에 만기도래할 예정이다. 게다가 차입금 순상환 여력이 제한적이라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부채가 많다 보니 금리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더욱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9개월 만에 1200원 선에 올라섰고,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1300원대 돌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이 큰 악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며 "더욱이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일부 차입금의 경우 부채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설 경우 조기상환 조건이 있어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현재 대한항공에 있어 환율·금리상승, 단기적인 유가 상승 등은 부정적인 요소"라며 "부채비율이 다시 1000%를 넘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락한 신용등급도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자본 확충을 꾀해야 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게는 악재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초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0로, 아시아나항공은 BBB0에서 BBB-로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로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재무부담 지속, 재무구조 개선 지연 전망 등을, 아시아나항공은 전반적인 사업위험성 확대추세, 재무구조 취약, 재무구조 개선 여력 제한적 전망 등을 꼽았다.
뿐만 아니라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로 저유가 기조를 탈피하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LCC)들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지배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가능성이 일단락됐지만, 미국 LA 윌셔그랜드호텔 투자, 항공기 투자가 예정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의 인수를 추진하는 만큼 계열사 지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항공여객 수요가 내년에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악재들의 파급력도 약해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호황이 내년에도 지속되는 등 영업환경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재무상태가 취약하고, 적극적인 재무부담 경감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재무안정성의 유의미한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지금은 돈이 들어오는 곳보다 나갈 곳이 더 많은 형편"이라며 "영업환경이 우호적인 때에 차입금 실질 감축을 실행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각종 악재 속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LCC들이 장악하고 있는 중·단거리 노선 대신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노선 혹은 단독 노선을 개발하는 등 자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