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청득심이란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다. 장자(莊子)가 이야기한 경청에 관한 우화로 알려져 있다.
노(魯)나라 수도에 바닷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임금은 이를 길조로 여겨서 초대해 환영회를 베풀었다. 음악을 연주하고, 술에 소, 돼지를 잡아 대접했지만 바닷새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결국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장자는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를 '바닷새가 받은 환대와 죽음'이라는 우화를 통해 통찰시켜 주고 있다.
4년 전 어느 날, 필자는 온몸으로 이청득심의 감동을 만끽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햇병아리 코치인 주제에 겁 없이 도전 의식을 불태우고 있었으니 새삼 그 용기를 가상히 여기고 싶어진다. 필자가 노린 CEO 코칭 첫 마케팅 목표는 강소기업 M 사장, 그는 주변에 짠돌이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 풍문에 약간의 위축감을 느꼈지만 굴하지 않고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M 사장과의 인연은 여수엑스포 개막 이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막식 행사 내빈으로 초청된 일본의 무라야마(村山富市) 전 총리가 광양에 왔다. 도착한 날 환영회가 있었고 여기에 지역 유지들이 초대 받았다.
그 곳에서 M 사장을 만났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필자는 그에게 코칭을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찾아뵙겠다는 전화를 했다. 예상 외로 쉽게 응해 주었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반드시 성사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약속 당일, 오후 2시30분에 M 사장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7시30분에야 나왔다. 무려 5시간 동안 M 사장과 대화를 했던 셈이다. 대화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일방적으로 귀담아 들어주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대화가 끝난 후 필자가 기억하는 M 사장의 말이다.
"내 65년 평생을 살아오면서 오 선생 같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코칭 계약할게요."
그 당시 필자는 5시간 동안, 코치로서 익힌 경청 기법을 온몸으로 실행했던 것 같다. 끊임없이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아, 그러셨군요", "대단한 인내력을 가지셨군요", "직원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계시는군요" 등의 맞장구를 쳤던 것 같다. 그 결과 이청득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 필자의 기분은 어땠을까. 황홀경 그 자체였다. 드디어 해내고야 말았다는 성취감에 뿌듯했었다.
대화가 끝날 때까지 꽉 차 있는 오줌보를 느끼지 못했던 기억도 새롭다. 우리 둘은 동시에 일어나 허둥지둥 화장실로 향했고, 소변기 앞에서 팽팽했던 오줌보를 함께 비워냈다.
필자가 강의 중에 자주 언급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소통의 달인' 오프라 윈프리다. 그녀는 25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를 진행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토크쇼에서 그녀가 말하는 시간은 10분에 불과하다. 나머지 50분은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가 끊이지 않도록 질문을 던지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항상 초대 손님과 따뜻한 포옹을 나눈다. 토크쇼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눈은 입을 대신한다.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끊임없이 상대방을 관찰해서 교감하려고 노력한다. 그녀야말로 '경청의 대가'라 평가할 수 있겠다. 이청득심의 모범사례로 들고 싶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런 연유로 경청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이 기술임을 인정한다면 다른 모든 기술(예를 들면 운전) 습득과 마찬가지로 훈련, 정신 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이 그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청 기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4년 전 온몸으로 경청했던 그 순간을 상기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코치로서 익힌 '경청 기술'을 일상에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반성해본다.
'거짓 주장, 바른 주장'이 넘쳐 소란스러운 시국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얻고, 학교에서는 선생이 학생의 마음을, 기업에서는 리더가 구성원들의 마음을, 나라에선 위정자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이청득심'의 지혜가 발휘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무철 코치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 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서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