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철강업계 선두주자 포스코(005490)가 각종 철강재 가격을 올리기로 한 데 이어 현대제철(004020) 역시 비슷한 수준의 가격인상을 예고해 철강업계와 수요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인상폭이 좁았던 자동차강판도 이번에는 인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다음 달 출하분부터 열연강판과 후판 가격은 톤당 12만원, 냉연강판은 톤당 10만원씩 인상할 예정이다. 이미 고객사에도 이 같은 인상 계획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포스코 열연강판은 톤당 72만원, 냉연강판은 79만원, 후판 가격은 64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비슷한 수준의 가격인상에 나선다. 포스코와는 달리 단계적으로 인상을 진행한다. 현대제철은 이번달에 출고한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에도 같은 수준으로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던 냉연강판은 톤당 5만원 올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가격 인상폭이 큰 열연강판은 다른 모든 철강 제품을 가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자재다. 국내 대부분의 철강사들이 고로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열연강판을 공급받아 제품을 가공하는 만큼 전반적인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요사들의 걱정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율이 높은 후판을 사용하는 조선업계는 가뜩이나 깊은 불황에 원자재 인상까지 더해져 먹구름이 가득 낀 모양새다. 일부 유통 과정에서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재기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고 있는 중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포스코가 이같이 한꺼번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원재료가 되는 철광석과 석탄의 가격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장 큰 경쟁자였던 중국이 최근 현지 구조조정으로 공급량이 줄어들어 먼저 가격 인상이 일어난 것도 국내 업체들의 가격 부담감을 덜어줬다.
이에 더해 최근 멕시코에서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수입쿼터 물량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 역시 우리 업계에는 호조다. 비록 예비판정이긴 하지만 최종판정으로 확정될 경우 물량은 최대 6만톤, 수출금액 역시 최대 3300만달러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 인상을 따라 그동안 시달렸던 불황해서 벗어나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에 감돌고 있다.
한편, 자동차강판이 과연 실제로 인상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강판은 열연강판을 상온에서 일정한 두께와 표면 처리 작업을 해서 만드는 냉연강판 제품군에 포함된다. 자동차강판은 현대제철 전체 매출 중 30%, 포스코에서는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철강사들이 완성차 업체들과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가격 인상 폭을 정한다.
포스코는 최근 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 제조사들과 자동차강판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반 냉연강판 인상폭인 10만원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다만 현대차·기아차는 먼저 현대제철과의 협상 후 포스코와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에 현대제철의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현대차·기아차의 실적부진을 이유로 자동차강판 가격을 톤당 8만원 인하해 1년간 유지했다. 여기에 원료탄 가격과 철광석 가격이 모두 연초의 곱절 수준으로 상승한 만큼 올해만큼은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고객사이자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에게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쉽지 않다. 올해 현대차·기아차 실적이 전년보다 더 떨어진 것 역시 부담이다. 현대제철이 이번에 일반 냉연강판을 포스코 인상폭의 절반인 5만원 내외로 인상하는 것 역시 이런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과잉공급이 해결되는 과정이고 제품가격이 상승해 업계 수익성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원재료 가격 상승폭이 워낙 커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강판 등 매출비중이 큰 제품군 인상이 우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