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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방송·통신이슈 톱 10] 5G·AI '쾌속질주' 방송·통신 융합 '정체'

황이화 기자 기자  2016.12.28 15: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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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6년은 5G·인공지능(AI) 등 지난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한 한 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 등 방송·통신 융합사업은 기존 법규에 부딪혀 다소 정체됐다.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개입비리 뉴스도 전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무산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발표한 CJ헬로비전의 M&A 추진 계획이 올해 7월 최종 무산으로 결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송 권역을 전국이 아닌 '권역(지역)'으로 획정, 이 M&A에 따른 경쟁제한 가능성이 높다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는 '1위 사업자 간 결합'으로 독점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는 '나쁜 인수합병'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KT와 LG유플러스, 그리고 CJ E&M을 견제해 뉴스방송까지 동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정위 결정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면, 방송·통신 M&A 신호탄이 터질 것이라 기대한 케이블방송업계는 좌절감에 빠졌다. 올해 방송-통신 결합은 무산됐지만, 내년에도 업계 M&A 작업은 활발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권영수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M&A 의사를 밝혔으며, SK텔레콤은 'M&A통'인 박정호 SK C&C 사장에게 신임 대표를 맡겼다.

CJ헬로비전은 "M&A가 아닌 본연의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표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피인수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갤럭시노트7 단종, 국내 첫 '휴대폰 리콜 가이드라인' 마련

올해 8월2일 첫 공개 직후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국내·외 찬사를 받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출시 후 20여일도 안 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부터 발화사건에 휘말렸다. '폭탄폰' 오명을 얻은 갤럭시노트7은 한 달여 만에 리콜됐다.

국내에서만 95만대 판매된 갤력시노트7에 대한 '전량 리콜'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소비자는 리콜 과정 자체에 불편을 겪었다. 이동통신 유통망도 기존 판매업무 외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 업무에 소비자 불만 응대까지 가중된 업무에 시달렸다.

정부는 이번 리콜사태로 '이동통신 리콜 이용자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 28일 확정해 발표했다.

◆유료방송발전방안, 권역제한 폐지 놓고 막판까지 진통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권역별' 기준으로 무산되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즉각 유료방송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작된 유료방송발전방안은 이달 27일 최종 확정돼 공개됐다.

특히 '권역제한 폐지'안이 포함되자 케이블방송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업계는 "권역제한 폐지는 케이블방송에 사형선고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유료방송발전방안에는 '디지털전환 시점에서 재논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실렸는데 케이블방송업계는 '확정이 아닌 유예'라는 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케이블방송업계 '원케이블전략' 발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무산은 케이블방송업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10월 케이블방송업계는 지역사업자의 한계를 서비스 및 기술 통합으로 극복해 소비자 편익 증대와 방송산업 선순환 구조 확립을 꾀하겠다며 케이블방송사 간 협력 전략을 발표했다.

업계는 내년 원케이블 전략에 올해보다 10%가량 늘어난 규모인 47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각 사업 권역 간 주문형비디오(VOD) 승계, 공동 브랜드 '우리동네 우리방송' 온에어 등 본격적으로 원케이블이 실현될 전망이다.

◆KT에 드리운 비선 실세 최순실 그림자

2016년 말 정국을 뒤흔드는 '비선 실세' 최순실이 굴지의 IT대기업 KT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측근 차은택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공모해 차씨 측근인 이동수씨에게 KT IMC마케팅부문 전무 자리를 주고, 차씨 실소유 업체를 KT광고 대행사로 선정한 것.

이 사건이 터지자 그간 매출과 기술혁신 등에서 긍정적인 성적을 내온 황창규 KT 회장의 행보에도 다소 금이 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내년 3월 황 회장의 임기 종료를 앞둔 KT는 이달이나 내년 초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연임 혹은 차기 회장 선정에 나선다.

◆이통3사 치열한 5G 선도 경쟁

이통3사는 5G 분야 선점을 놓고 경쟁 중이다. KT는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함께 개발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접목할 'KT 5G-SIG' 규격을 완성, 이를 바탕으로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3GPP)에 5G 표준 규격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SK텔레콤도 AT&T·도이치텔레콤·에릭슨 등과 '5G 글로벌 협력체'를 결성해 기술표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5G 기지국을 통해 LTE-A보다 100배 이상 빠른 31Gbps의 다운로드 전송속도를 국내 처음 시연했다.

◆주파수 경매, 잇따른 최저가 낙찰에 이틀 만에 종료

이동통신업계의 '농사' 결과인 주파수경매가 올해는 이틀 만에 종료됐다. 지난 4월29일과 5월2일 치러진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치열하지 않았던 탓에 이동통신 3사는 대체로 최저가에 주파수를 낙찰받았고, 700MHz 대역은 유찰됐다.

경매 전까지 황금주파수로 불린 2.1GHz대역의 주인공은 LG유플러스였다. 이번 경매로 SK텔레콤은 2.6GHz대역 40MHz폭과 20MHz 폭 두 블록을 각각 9500억원·3277억원, KT는 1.8GHz대역 20MHz폭을 4513억원, LG유플러스는 2.1GHz대역 20MHz폭을 3816억원에 가져갔다.

통신사들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에 대한 기지국 등 통신시설 투자 의무를 부여받았다. 3사는 이번 경매로 LTE주파수가 늘어 주파수 묶음기술을 활용한 속도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20대 국감, 단통법 개정안 봇물

10월 20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시행 두 돌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선택약정할인제도의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 △분리공시제 도입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에 대한 내용이 중점 논의됐지만,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최순실 국정농단 등의 악재가 겹쳐 국정 운영이 마비된 만큼 단통법 개정 논의는 해를 넘겨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T-케이블 동등결합상품 성사…결합상품 경쟁 예고

이달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티브로드·딜라이브·현대HCN·CMB·JCN울산중앙방송' 6개 케이블방송사가 동등결합상품 '온가족케이블플랜(가칭)'을 내놓기로 공식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미래부는 양측 의견을 반영해 '동등결합 가이드라인'을 마련, 향후 이동통신사와 케이블방송사 간 동등결합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재 SK텔레콤만 동등결합상품을 선보인 상태지만, 추후 KT와 LG유플러스도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업계는 내년에는 동등결합 안착뿐 아니라 결합상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진단 중이다.

◆'푹' 맞선 '옥수수', 해외사업자도 진출…OTT 활성화

올해 초 SK텔레콤은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를 론칭,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OTT)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내 OTT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상파 서비스 '푹(POOQ)'에 맞서 이동통신사들도 OTT 경쟁을 가속화했다.

여기에 넷플릭스·유튜브 레드·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해외 OTT 사업자들이 올해 대거 국내 진출해 방송·통신업계는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OTT 규제'를 둘러싼 진취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