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국제강(001230) 이사 장선익씨(34)가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입건돼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장 이사는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려 도박을 벌인 혐의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실형 3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아들이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더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7일 장 이사를 재물손괴 행위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이사는 전날일 26일 저녁 지인들과 용산의 한 술집을 찾았다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종업원과 가격 문제로 시비가 붙자 진열장에 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 총 100여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히는 사건을 일으켰다.
손해에 대해서는 장 이사 측에서 배상을 약속했고 합의도 끝나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사건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만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최근 대한항공 내 기내난동 등 '금수저'들의 '갑질'로 인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한 데다 이번 사건까지 겹치자 일부에서는 오너 일가의 도덕성 마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더욱이 현재 34세에 불과한 장 이사가 과장에서 이사로 고속 승진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기도 하다. 동국제강은 지난 2일 임원 인사를 단행, 계열사를 포함해 임원 16명을 승진시켰다. 장 이사는 전략실 산하에 신설되는 '비전팀' 팀장을 맡게 됐다.
이에 동국제강 측이 장 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건 진화에 나섰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동국제강 측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 업계에서는 앞서 동국제강이 비판을 감수하면서 파격인사를 단행한 데는 오너 일가 내부의 경영권 다툼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동국제강의 회장이자 장 이사의 부친인 장 회장이 현재 복역 중인 상황이 무엇보다 파격인사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장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10여년간 회사 자금 약 88억원을 유용해 미국에서 도박을 벌이고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자금을 유용하는 과정에 있어 파나마·홍콩 등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조세피난처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가족들을 위장 취업시켜 급여를 지급하는 등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너 일가의 보신만 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3년6개월과 추징금 14억원을 선고받은 원심을 확정했다. 장 회장의 출소까지는 2년 넘게 남았고, 출소 후에도 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장 회장이 장남인 장 이사를 고속 승진시켜 자신의 빈자리를 채울 계획이었다는 것.
현재 동국제강은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장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적자전환에 이어 장 회장이 구속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동국제강을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지난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장 부회장에 대한 재계의 높은 평가가 줄을 잇는 와중에 복역 중인 장 회장이 마음이 조급해진 결과가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장 이사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동국제강 오너 일가의 도덕불감증 리스크가 오히려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급하게 행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현재 장 이사와 비슷한 나이에 임원 직급을 가진 재벌 3, 4세들이 물론 있으나 이렇게 승진 단계를 뛰어넘어 임명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