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12.27 15:07:15
[프라임경제] 조류독감(AI)으로 달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달걀 수입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23일 달걀 수급 상황 관리를 위해 유사시 달걀 관세를 조정하고 수입 운송비를 보조하는 등의 '안정화방안'을 내놨다. 그간 종란 수입(알을 낳는 닭으로 키우기 위해 종자가 좋은 품종의 달걀을 병아리 부화용으로 들여오는 것)은 이뤄져왔으나 소비용 달걀의 빗장이 열릴 가능성이 논의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수입 대상 후보국으로 거론된 AI 청정국들의 면면을 볼 때 수입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한다. 이들 국가의 소매가를 볼 때 우리 쪽에 수출할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과 뉴질랜드 등 5개국 정도가 거론되는데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달걀위원회(IEC)의 2015년 연차 보고서를 인용해 달걀 수입이 가능한 AI 청정국의 달걀 가격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IEC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의 달걀 산지 가격은 한 알에 94원으로 국내(137원)보다 오히려 쌌고, 캐나다(164원), 호주(157원) 등은 약간 비쌌다.
◆개당 300원 이상 돼야 수입 유력…빨리 움직일 가능성 여전
때문에 수입 가격 마지노선이 어느 정도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달걀 1판(30알)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전달(5420원) 대비 31.4% 오른 평균 7124원이었다.
다만, 이는 AI 대란 우려 심리를 악용한 거품이 낀 것이어서 정당한 유통상 마진을 일정 부분 더한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대한양계협회가 같은 날 고지한 산지 달걀값은 같은 양에 5760원이었다. 따라서 수입산 가격을 고려하면서 수입 가능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달걀 가격이 개당 300원은 넘을 때 수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정부가 미국에서 달걀을 수입할 때 항공료(운송비)를 100% 지원하면 판당 소매가는 7200원, 50% 지원하면 95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개당 300원 돌파 시나리오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이미 일부에서는 준비 작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식품 소비용 달걀의 첫 수입 상황을 대비해 정부 각 부처에서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세금 문제를 조율하고자 기획재정부에서 업무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청은 관련물품의 신속한 통관을 위해 24시간 통관체제가 유지되도록, 사전 임시개청 신청 없이 공휴일 및 야간 포함 24시간 통관 및 보세운송신고를 상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역본부 "3일 이내 끝낼 것"… 식약처 "정밀 전수검사는 안 해"
보통의 수입 절차에서 '꽃'은 관세 당국이지만, 이번 달걀 수입의 경우 방점이 '검역'에 찍힐 전망이다. 이 문제에는 현재 관심이 집중되지 않으나,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업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검역본부에서는 수입검역물이 들어오면 컨테이너 봉인번호나 온도 유지 상태 등을 확인하는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역학검사를 통해 위생조건이 맞는지 여부와 선하증권 등 서류와 현물을 대조한다.
관능검사 등으로 냄새가 이상한 물건 등을 잡아낸다. 여기까지는 전수검사라는 게 해당 기관의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축산물 수입 시 필수 요건 소요 기간은 수출작업장 등록이 10일 이내, 최초 1회 필요 그리고 검역이 1~2일 내, 검사는 최초 수입 시 정밀검사 18일 등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세청만 급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검역과 식약처 등도 호흡을 맞춰 조기 처리에 힘을 실을 방침이라 전반적으로 이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역본부 관계자는 이번 달걀 수입의 검역과 검사 검토와 관련 해당 부서 업무를 "3일 이내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역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식약처가 나설 주전공 업무는 살모넬라균 검사 등이다. 이쪽 업무 부문은 최초 수입 물량분의 검사와 이후 무작위 검사 방식으로 전개된다.
현재 업무 준비는 이렇게 모두 만반의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 다만 실제 수송수단에 외국산 달걀이 실리진 않았지만 이미 '수입 달걀 시대'가 개막됐다고 볼 수 있다는 징후도 있다.
일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달걀을 수입할 때 케이스(포장재) 사전등록을 식약처에 해야 하는데, 현재 이 과정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일부 업체가 달걀 수입을 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전언이라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