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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TPA…"원샷법 이용해라" vs "자체적 구조조정 무시"

선제적 구조조정, 마진도 좋아졌는데…정부는 원샷법 집착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26 15: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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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 한 해 15개 기업이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승인을 받아 사업재편에 정부의 도움을 받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대표적인 과잉공급제품으로 지목했던 석유화학제품 TPA(테레프탈산)을 생산하는 업체는 한 곳도 원샷법을 신청하지 않아 정부의 감축 요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5차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청 기업 5곳에 대해 원샷법 승인을 내줬다. 당초 산업부는 이번 신청에 석유화학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석유화학업계는 LG화학 한 곳뿐이었으며, 나머지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채웠다.

이번 승인을 통해 LG화학은 PS(폴리스티렌) 생산설비 한 개를 고부가가치 제품인 ABS로 전환한다. PS는 정부가 지난 9월 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급과잉상태로 규정한 제품 중 하나로, LG화학은 원샷법을 통해 법인세 이연, 관세 납기연장 등 세제혜택을 받게 됐다.

정부는 이번 LG화학의 원샷법 승인을 계기로 석유화학업계 전반에 원샷법을 사용한 사업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특히 산업부가 PS와 함께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제품이라고 꼬집은 TPA(테레프탈산)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원샷법을 신청하라고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어 생산업체들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울산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TPA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업계에서는 △임종훈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 △홍현민 태광산업 대표이사 △이종규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장 △서영수 효성 울산공장장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와 정부의 요구사항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정부는 업계에 사업재편에 속도를 낼 것을 강조했다. 3분기 이후 TPA 제품 가격과 마진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생산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해당 사업재편에 원샷법을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업계에서 기활법 적용을 신청한 곳은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수합병·설비 폐쇄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구조조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출국 사이에서 대두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물결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연합(EU)에서 지난 8월 반덤핑 조사가 개시된 점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통상채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기를 요구했다.

현재 TPA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한화종합화학(전 삼성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총 5곳이다. 해당 업체들은 정부의 원샷법 신청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줄일 만큼 줄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TPA 수입을 주도했던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기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부터 각 업체당 가동률을 10~40%까지 줄였다. 총 생산량 역시 600만톤에서 450만톤으로 25%가량 줄어들었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감축에 대해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는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 액션플랜'에서 삼남석유화학이 곧 설비를 감축하고 원샷법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번 원샷법 신청 기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남석유화학은 이미 TPA 연 생산을 180만톤에서 120만톤으로 줄이며 생산라인을 멈춘 상태다. 만약 이 설비를 대상으로 원샷법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해당 설비를 완전히 폐쇄한 후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하지만 아직 뾰족한 먹거리사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과잉공급산업으로 지정하기 전에 전 이미 선제적 구조조정을 진행해 가동을 멈춘 것인데 딱히 원샷법을 신청한다고 해서 연간 생산량에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라며 "마진률이 개선돼 흑자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설비를 폐쇄하고 싶은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