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말 매서운 추위가 몇몇 카드사에도 불어닥쳤다. KB국민·하나·신한카드 등이 노동조합(노조)과 충돌을 빚고 있는 것.
KB국민카드가 성과연봉제로 진통을 겪은 가운데 하나카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조와 분쟁이 벌어졌다. 신한카드 노조도 이달 있을 이사회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위해 거리에 나선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옛 외환카드 노조는 을지로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20일 사측이 외환카드 노조에 성과연봉제 관련 공문을 보내면서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
지난 2014년 12월 통합한 옛 하나SK카드와 옛 외환카드는 각기 달랐던 인사 제도를 통합하기 위해 올 하반기 인사제도통합TFT를 꾸렸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제시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일어난 것.
옛 하나SK카드는 기존부터 성과 평가를 통한 '개별 성과급제'와 '성과연봉제' 체제였으나, 옛 외환카드는 '호봉제'와 지점별 평가를 통한 '집단 성과급제' 체제였다. 때문에 사측은 외환카드 노조에만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에 정종우 외환카드 노조 지부장은 "최근 시중은행이 이사회 강행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며 "이처럼 사측도 2018년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부문에 대해서 사측과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었다"며 "다만 성과연봉제는 협상과 상관없이 이사회 결의안에 올릴 수 있는 상황까지 오다 보니 농성을 벌이게 됐다"고 덧붙했다.
이에 하나카드 관계자는 "TFT에서 인사제도를 하나씩 맞추던 과정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논의를 위한 공문을 발송한 것뿐"이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시중 은행처럼 사측이 밀어붙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만, 협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성과연봉제 확대에 대해 한발 물러섰지만, 노조는 불신의 눈초리는 아직 거두지 못했다.
지난달 말 KB국민카드는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자, 결국 이를 잠정중단했다. 이어 급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협의체를 이번 주 내로 구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KB국민카드 노조는 최근 사측이 시범 도입한 '동료 바로알기 제도'를 문제 삼으며 사측이 계속 노조와 타협할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료 바로알기 제도는 기존 상사들이 직원들을 평가하던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동료끼리 평가하는 수평적인 제도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KB국민카드 노조 관계자는 "기존 성과연봉제에서 평가자들이 올바르게 평가했다면 이러한 수평적인 평가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기존 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6개월 전에 사측이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며 "이번에도 사측이 제안하기에 급여체계개선 TF를 통해 이 부분도 협의하자는 견해를 밝혔음에도 사측이 강행했다"고 토로했다.
신한카드도 노조가 29일에 열릴 이사회에 우려를 표하면서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다. 신한카드 노조는 이날부터 신한카드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 중이다.
신한카드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 목요일 이사회에서 조직 개편이나, 부사장 선임 등이 결정되는데 조직 축소나 낙하산 등을 염려해 선제적인 대응을 했다"며 "만약 경영진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확답을 준다면 철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