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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꿈 그리고 바람

김지연 코치 기자  2016.12.25 16: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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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국내 외국인 회사 지사장으로 은퇴를 몇 년 앞둔 예전 직장 선배를 만나 서로의 근황을 묻다가 주말마다 '목공 아카데미'에 참여해 나무와 씨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 대표로서 지금 하는 일도 많고 개인적인 시간도 많지 않은데 주말에 집에서 쉬시지 뭐 하러 그렇게 다니시냐고 묻는 질문에 선배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하루 종일 숫자와 업무에 시달리다가 피곤하긴 하지만 주말에 나무와 함께 하면서 느끼는 시간이 좋아. 특히 나무 특유의 냄새? 그리고 굉장한 건 순간적 몰입으로 이끄는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이지. 우린 대부분 책상에서만 앉아서 일하잖아. 스스로 힐링 되는 기분이랄까? 어렸을 때 가졌던 막연한 목수 직업에 대한 동경으로 취미 삼아 한번 배워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 처음엔 집에서 쓰는 간단한 소품이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했고 가족들도 신기해하면서도 좋아하더라고.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이젠 몇 년 안 남은 은퇴 후에 나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 보고픈 꿈이 생기더라고."

그러면서 그렇게 많은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과 해외 출장 일정 속에서도 수업만큼은 꼭 참석하기위해 애 쓴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시간만큼은 온전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힐링의 시간'인 동시에 자신의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라면서.

이미 직장 생활 20년 차에 다음의 직급 이동이나 승진 그리고 월급 인상 기회 등등 이제 또 어떤 다른 그림을 계속적으로 그려가야 하나라는 막연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차 들었던 그 이야기는 갑자기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가진 '꿈'이란 직장에서 때가 되면 알아서 승진 시켜주고 당연히 월급을 올려주며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격려해 주길 바라는 마음? 그러면서도 '가늘고 길게'를 외치고 큰 문제나 어려움 없이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아이들 학교 마칠 때까지 다니다가 정년퇴임하면 남들처럼 여행이나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면서 다니는 자신의 모습?

그렇다고 스스로 직장에서 일을 열심히 안한다거나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스스로 하루하루 무엇인가를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어떤 안도감도 있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꿈'이 아니라 어쩌면 막연한 '바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코치님을 만나 '꿈'과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날 코치가 '감'을 비유하여 설명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꿈은 감을 따기 위해 감나무를 올라가는 것."
"바람은 그 아래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바람'에서 이야기하는 기다림이 무엇인가를 묵묵히 기다리는 인내와 숙성의 시간을 이야기 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여기서의 '바람'은 자신의 노력이나 실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나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저절로(?) 되어져 자신에게 떨어지길 바라는 의미로 이야기 했으리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순간순간 '꿈'이 없는 자신을 발견할 땐 아쉬워하고 실망하곤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꿈'을 들으면 부러워하고 동경한다. 그러면서 누군가 나에게 물어 보면 그 '꿈' 대신 은근슬쩍 '바람'을 내세워 자신의 '꿈' 자리를 대신하고 순간 나도 꿈이 있다는 안도감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그건 나의 진정한 '꿈'이 아님을….

어쩌면 진정한 '꿈'이란 현재의 하루하루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고 무언가 준비하는 자신에게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설레는 긴장감과 자신감일 것이다. 설령 이렇게 시도 해보다가도 지금 생각하는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바뀐다고 해도 예전 어릴 때처럼 쉽게 좌절하거나 실망만 하고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또 다른 '꿈'을 이제는 다시 꾸어볼 수 있는 힘이 예전 보다는 생겼으니 말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진정 내 자신이 원하는 '감'이 무엇인지 또 '감나무'에 오르기 위하여 지금 나는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지금까지의 막연한 바람이 아닌 나만의 소중한 꿈은 과연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풍성한 '감'의 열매를 가지는 순간뿐 아니라 그 과정 또한 큰 의미가 있음을 이제는 알기에 그 '감'을 수확하는 날 많은 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

김지연 코치 / (현) 코칭경영원 전문코치 / (전) 인비스타코리아 상무 / (전) 듀폰코리아 영업·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