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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27]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은대 작가 기자  2016.12.23 15: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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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끔씩 비가 내리는 날, 소주 한 잔이 생각나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미리 정해둔 약속이 아닌 경우, 만나기가 참 힘들다.

선약이 있어서 거절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이 업무상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퇴근이 늦다는 얘기다.

한 때 직장생활을 했던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밤 9시 이전에 퇴근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을 그토록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과연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일까. 돈 때문에, 승진 때문에, 아니면 흔히 말하는 성공 때문에. 100명의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20년쯤 지났을 때, 100명의 삶은 어떠할까. 

열심히 사는 것이 우리 삶의 행복과 반드시 관련이 있다면, 20년이 지난 후에는 100명 모두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지 않으니 그냥 막 살아도 된다는 얘기일까.

'열심히'라는 말 안에서 '억지로'라는 의미를 뺄 수 있으면 좋겠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사는 인생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승진하기 위해, 더 높은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를 자꾸만 외부세계에 두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내가 즐겁고, 내가 성장하고, 내가 행복한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자체를 외부세계에 두게 되면, 언젠가 내 삶이 크게 힘들어질 때 모든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삶의 이유를 외부세계에 두지 않는다고 한다. 한 번쯤 진지하게 대답해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나요?"

온전히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답변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에 저항하기를 상당히 곤혹스러워한다. 사람은 당연히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으로 배웠고, 또 다른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열심히 살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욕을 먹게 될 것 같고, 스스로 삶의 낙오자가 될 것 같고,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릿 속을 채우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열심히 사는 인생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련과 고통을 마주하게 되면 가장 먼저 세상을 원망하고, 모든 실패가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모든 원인과 의미를 본인에게 두라. 그렇게 해야만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내 삶의 중심에 내가 있을 때, 무슨 일을 해도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된다. 즐겁고 기쁘다. 매 순간이 행복하다.

그런 '열심'인 삶이야말로 진짜 가치 있는 삶이다. 남들이 모두 열심히 사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사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보람이 없다. 긍지도 없다. 그래서 늘 피곤하고 지친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