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항공주가 원화가치 하락과 신용등급 조정 등의 영향으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해 항공기 조종사 노동조합 파업 등 내부 불안 악재가 겹치며 항공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오후 2시 현재 대한항공(003490)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대비 1.03% 하락한 2만8750원에 거래중이다.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 9월 연중 최고가인 3만5800원을 기록한 뒤 현재 20% 가량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0.47% 밀린 427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중 최고가인 6090원과 비교하면 약 30% 물러난 모습이다.
한편 해외여행은 계속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내국인 출국자는 605만명으로 2분기(507만명)보다 19.4% 늘었다. 특히 올해는 추석 연휴(9월14∼18일)가 길어 장거리 해외여행객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여행업계가 최대 성수기를 맞고 있는 것에 비해 두 회사 주가가 부진한 배경에는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란 의견에 무게가 쏠린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의원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미국 금리인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기 구매와 임대를 대부분 미국 달러로 결제하는데 원화가치가 떨어질수록 손실이 생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 금리인상은 이들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제유가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기름값이 원가의 30%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수익성 마이너스가 불가피 하다.
항공유 가격이 일정 수준(배럴당 150센트)을 넘어설 경우 유류할증료를 부과해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으나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의 감산 합의로 상승중인 국제유가로 인해 항공사에 부정적인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며 "내년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외에도 항공사 내부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점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달 초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0'로 한 단계 낮췄다. 지난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는 20조5935억원, 부채비율은 917.3%에 달한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
이에 더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오는 31일까지 파업에 들어가면서 주가반등에 더욱 힘을 잃고 있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사측과의 2015년 임금협상이 결렬돼서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이 10년 동안 계속 조종사의 실질임금을 깎아 외국과 2∼3배까지 임금 격차가 벌어져 유능한 조종사가 대거 유출됐다"며 "비행 안전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종사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조종사 노동조합은 전일 국제선은 128편 중 △나리타(2편) △오사카(1편) △홍콩(1편) 4편이 결항하고 국내선은 75편 중 14편이 결항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등급이 'BBB0'에서 'BBB-'로 한 단계 떨어진데다,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 여부도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주는 원화가치가 하락하자 부채와 비용 증가, 해외여행 수요 둔화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우려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