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의도에 마지막 남은 '국내 1호' 주식시세 전광판이 23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증권은 23일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 설치된 주식 시세전광판의 운영을 중단하고 상주고객들과 마지막을 기념하는 사은행사를 가졌다.
대신증권 본사 영업부에 설치된 주식 시세전광판은 지난 1979년 업계 최초로 만들어졌다.
고(故) 양재봉 창업자의 증권업 전산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돼 1980년 7월에는 전국 영업점이 온라인화됐다. 이는 당시 전산 불모지였던 업계 내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이후 증권업계 전산화가 급속히 이뤄졌다.

대신증권 시세전광판은 현재 여의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형 주식 시세판이다. 증권업계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대부분의 증권사가 전광판을 철수했기 때문.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홈트레이딩과 모바일트레이딩이 활성화되고, 주식투자에서 자산관리로 증권업계의 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내방고객들의 수가 감소하게 된 것이 주된 이유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 1호 전광판으로서 상징성, 고령투자자의 투자편의성, 언론취재용 공간으로서 가치 때문에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왔으나, 이번에 명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고민 끝에 운영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세전광판은 1997년 IMF사태와 2000년대 IT붐,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온 한국자본시장의 상징물로 여겨져왔다.
한국의 월스트리트인 여의도를 찾는 투자자들을 위해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주식투자자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며 여의도 명물로 자리 잡았다. 증시가 급 변동할 때마다 객장 풍경을 담기 위한 언론사 취재용으로도 자주 활용되곤 했다.
10시부터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나재철 대표가 영업부 내 상주고객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연말 강세장을 기원하면서 납회식 때 진행해 오던 주문표 세리머니를 마지막으로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나 대표는 "증권업계 트렌드가 변화하며 시세전광판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38년간 운영하던 전광판 서비스 운영이 중단돼 아쉽지만 새로운 출발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다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전광판은 해체돼 일부만 대방동 대신증권 연수원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폐기 처분할 예정이다.
대신증권 본사가 명동으로 이전하며 본사 1층 영업점은 26일부터 여의도 알리안츠빌딩 2층에서 영업을 재개한다.
윤원철 대신증권 이사(여의도영업부장)는 "증권사 대표적인 모습인 시세전광판이 사라져 섭섭한 마음이 크다"며 "다음 주부터 영업부가 개장되면 다양한 행사로 고객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신증권 여의도 사옥 앞에 있는 황소상 '황우'도 24일께 대신증권 대림동 연수원으로 옮겨진 뒤 내년 초 신사옥 주변 공원으로 이전한다. '황우'는 1994년 제작된 여의도 첫 황소상으로 증시 강세장을 기원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여의도 증권가의 황소상은 한국거래소 신관 로비 1층과 금융투자협회 건물 앞에 각각 설치된 두 마리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