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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수입차 결산] '가솔린·하이브리드' 특화 日, 獨 바짝 추격

디젤게이트 이후 꾸준한 성장세 유지…수입차 지각변동 중심 자리 잡아

노병우 기자 기자  2016.12.23 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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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183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국내 자동차시장이 올해에는 좀처럼 경기침체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180만대의 벽'을 넘지 못할 모양새다. 이는 수입차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인증조작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수입차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아울러 '연간판매 10만대'를 달성한 베스트셀링 모델도 2013년 이후 3년 만에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판매둔화 상황을 단순히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이에 올 한 해 국내 자동차시장의 사건사고를 정리해봤다.

올해 국내 수입차시장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디젤게이트 사태로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에 대한 인증취소와 함께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입차업계에서는 '잔치가 끝났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전체 수입차시장의 30%를 책임지던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질주가 저지당하자 활기를 찾은 브랜드들도 있다. 일본 브랜드들이 가장 큰 재미를 보고 있다. 

◆1~11월 누적판매 대수 전년比 24.6%↑

그동안 폭스바겐을 선택했던 소비자들은 높은 연비를 비롯해 가성비를 주로 따졌는데, 일본 브랜들이 친환경 모델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 꾸준한 성장세로 거침없이 전진하며 만년 상위권을 유지하던 독일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즉, 높은 연비는 물론, 친환경성까지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수 보유한 일본 브랜드들은 적절한 시기에 신차와 가솔린 모델을 늘리면서 폭스바겐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등 꾸준한 성장세로 막힘없이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그동안 일본 브랜드의 경우 토요타 혼자 주로 활약해왔지만 최근에는 모두가 골고루 활약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차 신규 등록 누적대수는 20만5162대로 전년대비 6.5% 감소했다. 반면,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일본 브랜드는 3만1867대로, 전년대비 24.6%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1.7%에서 올해 15.5% 늘었다.

이 같은 일본 브랜드의 약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디젤게이트의 반사이익으로 친환경차가 주목을 받으면서 하이브리드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일본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며 "또 가솔린세단의 인기도 일본 브랜드의 판매증대에 한몫을 했다"고 진단했다.

11월만 놓고 봤을 때는 여전히 수입차 브랜드 전체 판매순위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1위와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렉서스와 토요타가 각각 3위와 4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닛산과 혼다는 각각 9위와 10위를 기록했다. 일본 브랜드들이 나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공백이 계속될수록 일본 브랜드의 약진은 더욱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어느 하나의 브랜드에 쏠리지 않고 모든 브랜드가 골고루 성장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본다면 향후 독일 브랜드에 버금가는 강자로 급부상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효자 모델' 하나씩 보유…브랜드 실적 견인

브랜드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친환경 라인업을 갖춰온 렉서스와 토요타의 선전이 돋보인다. 올해 1~11월 총 9170대를 판매한 렉서스는 전년동기 대비 무려 34.9%의 판매 성장을 이뤘다. 아울러 8294대를 판매한 토요타 역시 지난해보다 19.9% 판매가 늘었다. 

더욱이 토요타와 렉서스로 이원화된 실적이 나오면서 순위가 밀렸지만, 두 브랜드를 합칠 경우 아우디를 밀어내고 3위로 뛰어오른다. 

뿐만 아니라 렉서스와 토요타의 인기는 수입차 하이브리드 판매 전체를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수입차 연료별 등록 비중을 보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1만4104대가 판매돼 전년대비 69.9%의 판매 급증세를 나타냈는데 렉서스 ES300h의 11월까지 누적판매량은 5257대로 전체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에 강한 토요타와 렉서스는 올해 캠리, 프리우스 등 다양한 라인업의 하이브리드 모델 활약에 힘입어 돋보이는 행보를 보였다"며 "가솔린+하이브리드라는 강점을 가진 부분은 당분간 수입차 변동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UV 인기에 밀려 위기가 찾아왔다고 평가받던 중형세단 세그먼트에 활기가 불자 가솔린 세단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고 이 흐름 역시 일본 브랜드의 판매 상승세로 이어졌다.

지난 11월 가솔린모델 판매순위를 보면 384대와 276대가 판매된 닛산의 알티마 2.5와 혼다의 어코드 2.4 모델이 각각 4위, 5위로 베스트셀링 가솔린 모델로 꼽혔다. 특히 닛산의 알티마 2.5 모델은 11월 전체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에서도 9위를 차지했다. 

브랜드 전체 판매량에서도 혼다는 1~11월 전년동기 대비 46% 증가한 6154대가 판매되는 등 판매 강세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어코드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기 때문이다. 

닛산의 경우 캐시카이 판매중지 등으로 고전했음에도 전년대비 1.7% 소폭 상승한 5206대를 판매했고, 인피니티는 3043대로 전년대비 20.5%의 판매 증가를 나타냈다. 또 닛산 가솔린모델만 놓고 보면 올해 누적판매량이 지난해 동기대비 50% 이상 늘었으며, 이 같은 성장세를 주도한 모델이 알티마다. 알티마는 뛰어난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두 차례나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한국닛산이 지난달 말 캐시카이의 인증서류 조작과 Q50의 일부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닛산은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환경부로부터 판매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소송을 내 집행정지 처분을 이끈 바 있으며, Q50 유로6 모델의 경우에는 인증서류 오류를 확인하고 자발적으로 판매중단을 실시하는 등 기민한 대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닛산의 경우 서류인증 조작 혐의를 받고는 있지만 이와 관련해 빠르게 대처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고 선전하고 있다"며 "특히 디젤게이트와 무관한 것은 물론, 주력 차종이자 가솔린 모델인 알티마의 인기가 지속되는 등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