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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리스크' 현대오일뱅크, 상장 포기 '탄탄 계열사' 유지

높은 실적에도 희망퇴직·모기업 배당압력…"그래도 남는다"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23 1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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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안정적인 실적으로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리스크를 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6487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를 현대오일뱅크에서 채웠다. 아울러 내년에도 상장 없이 분사로 어수선할 현대중공업을 후방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모기업이 수주절벽 등 국내외 요인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와중에도 선제적인 고도화 설비투자 등으로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지난 2011년 현대중공업에 재인수된 직후 바로 시작해, 오는 2018년까지 예정된 설비 증설을 마치면 고도화율은 5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자회사들도 견조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합작 설립한 현대케미칼은 지난달 생산 공장 준공을 마치고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혼합자일렌과 나프타 생산으로 연 1조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석유 수출로 1조5000억원의 수출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렇게 높은 실적에도 모기업 리스크로 인해 현대오일뱅크의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억대의 성과급을 수령한 타 CEO에 비해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상반기 보수조차 받지 못했다. 모회사 현대중공업이 흑자가 날 때까지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긴축경영체제로 급여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1964년생 이상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대중공업 배당에 오일뱅크 지분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순이익 4337억원 중 2790억원이나 현대중공업에 배당해야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즉 기업상장은 지난 5월 현대중공업이 채권단에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안을 제출할 때부터 높은 관심과 기대를 받아온 안건이다. 이미 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현대중공업인 만큼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조건은 오일뱅크 매각 또는 IPO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를 남겼고 이는 올해 실적의 큰 도움으로 작용했다. 같은 일이 내년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을 △조선·해양·엔진 부문(존속법인) △정유·에너지 부문 △전기·전자 부문 △건설장비 부문으로 재편하고 △그린에너지 부문 △서비스 부문은 현물출자한다.

이렇게 나눈 6개 회사 중 에너지 사업을 담당할 현대로보틱스가 현재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모두 보유하고 지주사로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 오너가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의 경영권 획득을 위한 단초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분사 후 재상장을 거치고 나도 결국 수주가 회복되지 않으면 존속법인에는 장기적인 불안요소가 남는 것"이라며 "결국 분사에 대한 기대감은 현대오일뱅크의 존속이 전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