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2016 국산차 결산] '약진' 외국자본 3사, 끝 모를 자신감 상승

세그먼트별 대표 모델 실적 견인…확고한 경영방침 점유율 성장 기여

노병우 기자 기자  2016.12.22 16:57:5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해 183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국내 자동차시장이 올해에는 좀처럼 경기침체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180만대의 벽'을 넘지 못할 모양새다. 이는 수입차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인증조작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수입차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아울러 '연간판매 10만대'를 달성한 베스트셀링 모델도 2013년 이후 3년 만에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판매둔화 상황을 단순히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이에 올 한 해 국내 자동차시장의 사건사고를 정리해봤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일단 현대·기아차가 올 한 해 다사다난했던 만큼 철옹성 같던 아성도 흔들렸다. 지난 10월에는 내수침체와 파업여파로 급기야 내수시장점유율이 60% 아래로 첫 추락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다행히 11월 다시 60%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부진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외국계 자본을 두고 있는 한국GM을 비롯해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바쁘게 새로운 모델을 추가하며 매서운 반란을 일으켰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들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성장시켜 나갔다.

◆승승장구 비결…판매량 증대 이끈 '특정 모델'

그렇다면 한정된 시장에서 3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각각의 브랜드들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나타내는 특정 모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은 국내 경차시장 양대산맥 중 하나인 스파크를 앞세워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스파크는 올 들어 11월까지 7만956대 판매됐으며, 6만6925대가 판매된 모닝을 여전히 4000대 이상 앞서고 있다. 모닝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경차시장에서 스파크를 앞세워 엎치락뒤치락하다 결국 이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올해 스파크가 경차 1위 타이틀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파크가 올해 경차판매 1위를 달성할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모닝이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여기에 소위 잘나가는 차량으로 떠오른 말리부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SUV 인기에 밀려 위기가 찾아왔다고 평가받던 중형세단 세그먼트에서 르노삼성 SM6와 함께 활기를 불어넣었다. 

말리부와 SM6는 중형 세단시장에서 오랜 시간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현대차 쏘나타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던 기아차 K5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특히 SM6는 법인차량을 제외한 개인 차량에서는 쏘나타를 제쳤을 정도로 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SM6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연속으로 자가용 등록 1위를 기록 중이다. 

뿐만 아니라 르노삼성은 SM6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인기가 남다른 SUV시장에 지난 9월 QM6로 라인업을 보강했는데, 이 역시도 재미를 보는 등 연타석 홈런을 쳤다.

또 쌍용차는 코란도 패밀리를 이은 티볼리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복덩이를 얻었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소형 SUV시장은 황금시장으로 불리는데 이 중심에 선 모델이 티볼리다. 지난 11월 말 기준 티볼리의 판매실적은 전년대비 28.9%의 성장폭을 기록했으며, 쌍용차 모델 중 최단기간인 23개월 만에 내수 10만대 판매도 이뤘다. 

다만, 일각에서는 3사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브랜드의 판매량 증대를 이끈 특정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고, 해당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들의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즉, 판매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으로 쏠려있는 시장수요를 다른 차종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특정 모델이 판매량을 혼자 끌고 갈 경우 해당 모델에서 예기치 못한 결함이 발생하거나 흥행이 장기화하지 못한다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자본 기업…한국인 CEO 진두지휘

아울러 업계는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의 점유율 성장과 약진하고 있는 흐름에 대해 CEO의 경영방침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5곳 중 현대·기아차를 빼면 사실상 외국계 자본으로 움직이고 있는 브랜드"라며 "하지만 이 3사의 경쟁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럼에도 모두 한국인을 CEO로 두고 있고, 이들 모두 영업부문의 능력자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지난 2007년 GM대우 시절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점유율 1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도 8.6%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한국GM 사령탑을 맡게 된 제임스 김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내수점유율 10% 돌파를 내건 바 있고, 내수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2016년이 단 한 달밖에 남지 않은 현재 11월까지 한국GM의 누적판매량(16만1962)은 전년대비 15.6% 성장했으며, 9.8% 정도의 누적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이와 함께 지난 4월1일부로 르노삼성 CEO 자리에 오른 박동훈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내수시장 3위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더불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비록 지난해에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꼴찌였던 르노삼성이지만, 올해 11월까지 39%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 당초 목표였던 내수 10만대(11월까지 누적 판매량 9만7023대)도 가뿐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르노삼성은 식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SM6와 고급 SUV 바람을 일으키는 QM6 덕분에 지난달까지 내수시장 누적점유율을 6% 가까이 끌어올렸다.

쌍용차의 최종식 사장은 경영 핵심 키워드로 '수익성'을 자주 언급했으며, 흑자전환이라는 목표를 공공연히 내비쳤다. 즉, 쌍용차를 이끌고 있는 티볼리 브랜드의 안정적인 수급 및 판매를 통한 매출 증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사장은 공장가동률 확대를 주문했는데 지난해에는 총 14만5633대를 생산해 가동률 58% 수준에 그쳤고, 올해는 이보다 높은 60% 중반대가 점쳐진다. 최종적으로 쌍용차는 2020년까지 공장가동률 100% 달성을 계획한 상태다. 

쌍용차는 지난 11월까지 쌍용차 전년대비 5.1% 증가한 9만2854대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현재 쌍용차는 티볼리 브랜드에 힘입어 2007년 이후 9년 만의 연간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