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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결산] '순풍' 탄 정유업계, 정유년에도?

사상 최대 영업익 7조 돌파 가능성↑…내년 대내외 불확실요인 증가 우려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22 15: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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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 년 내내 삭풍이 끊이지 않던 병신년 산업계지만, 유독 정유업계에는 훈풍만 일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SK이노베이션(096770)을 비롯한 정유4사는 사상 최대실적을 넘어 영업이익 '7조원의 벽'까지 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정유4사의 높은 수익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다. 올 초 배럴당 20달러 선에서 출발한 유가는 현재까지 완만하고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재고평가이익에 기여했고,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정제마진도 10달러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금전적인 호재를 등에 업고 국내 정유4사는 올 3분기 기준 누적이익 5조6862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업계 호황기였던 지난 2011년 영업이익(6조8134억원)에 육박한 실적이다. 무엇보다 4분기 역시 큰 차질이 없는 한 전례 없는 '영업이익 7조원'이라는 대기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다만, 올해는 다수 조건이 업계 호재를 불러왔지만, 내년에는 복잡다단한 쟁점들이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전체적인 불확실성이 강화될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유 실적은 외부요인 변동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전망이나 분석을 하기 어렵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감산 합의 vs 美 금리인상, 더 강력한 요인은?

이런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OPEC 감산 효과가 금리상승으로 인한 유가하락 요인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다.

최근 OPEC이 일산 120만배럴 감산에 합의한 데 이어 러시아를 포함한 비OPEC국 11곳마저 감산에 합의하면서 기존 배럴당 40달러 초반에 그치던 국제유가가 50달러 벽을 깨고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이에 지난 2분기와 마찬가지로 제품가격 인상에 의한 높은 재고평가이익이 기대됐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14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내용을 담은 통화긴축 정책을 발표해 국제유가 인상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제유가는 하락하지만 동시에 환율이 상승해 오히려 원유 도입비용이 올라간다. 그러나 수요상승으로 인한 가격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수출국에는 이를 반영하기 쉽지 않다. 브렉시트 여파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 3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산 경유 수입 가능…경쟁관계 형성?

아울러 향후 중국 경유의 국내도입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향후 국내 정유사들의 경쟁구도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중국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경유의 황 함유량 기준(현재 50ppm)을 국내 경유와 비슷한 품질 수준인 10ppm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은 이에 따른 휘발유 소비량도 동반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는 반면, 경유의 경우 상대적으로 과잉공급 상태다. 따라서 중국 경유가 규제로 인해 품질이 향상된다면 글로벌시장에서 해당 제품의 점유율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 역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로 중국 정유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거나 또는 중국정부가 보조금 제도를 강화할 경우 국내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운송비와 같은 각종 부담비용을 감안하면 중국 경유가 기대만큼 가격이 낮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지만, 브랜드가 없는 자가 주유소나 알뜰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중국산 정유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 新 패러다임 '노사갈등'

뿐만 아니라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그간 큰 잡음이 없었던 정유업계 노사관계가 올해 거둔 높은 영업이익으로 인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그동안 정유업계 임협은 업계 선두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고 난 후 다른 정유사들이 그 결과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올해는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노사가 사상 최대실적에 걸맞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을 두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것. 결국 노사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조정 및 중재를 요청했다.

무엇보다 정유업계에서 노사분쟁이 중노위까지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문 데다 그 대상이 업계 선두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으며, 중노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 기본급 1.5% 인상(호봉자동승급분 2.7% 별도)을 결정했다.

그 사이 GS칼텍스는 기본급 1.7% 인상 및 격려금 100% 지급, 현대오일뱅크는 기본급 1.5% 인상과 격려금 150% 지급에 합의했다. 마지막 S-OIL은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인상안을 두고 막바지 협상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높은 실적에도 기본급 인상률이 5% 미만에 그쳐 사측에 대한 불만이 큰 분위기"라며 "전반적으로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였던 정유업계 임협에 중노위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에 대해 앞으로 분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