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증권사들이 채권에 비해 리스크가 큰 주식매매 비중을 낮추고 안전한 채권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손실이 큰 상품에는 개인투자자의 유입을 유도하면서도 증권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몸 사리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월부터 9월(누적기준)까지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의 주식형 자기매매 손실금액은 평균 120억1986만4400원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들 증권사의 국공채 손익은 평균 19억613만3400원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인 채권 투자금액을 늘려 주식투자 손실을 채권투자를 통해 메운 것으로 보인다.
이 중 NH투자증권은 주식에 1조3840만9900만원을 투자했으나 552억9200만원의 손실을 냈다. 국공채 투자금액은 주식투자의 2배를 넘어선다.
NH투자증권은 국공채에 2조9436만6200만원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24억76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NH투자증권의 투자비율은 채권 53%, 주식 47%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대증권은 1450억6674만7000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146만5813만6000원 마이너스였다. 국공채 투자에는 총 12억5877만2000원을 투자해 8700만원의 수익을 가져갔다. 5개 증권사 중 국공채 채권 투자 비중이 가장 낮았다.
삼성증권의 주식투자잔액은 채권투자잔액보다 적은 1901억5700만원이다. 주식투자에서 50억2300만원의 수익을 안았으나 국공채에서 66억4500만원의 손해가 생겼다. 특히 삼성증권은 채권투자 비중이 97%에 달해 5개 증권사 중 채권투자 비중이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식과 국공채 모두 이익을 거뒀다. 주식투자에 약 5056억원을 투입해 53억원가량을 수익으로 챙겼으며 2조1666억7500만원을 투자한 국공채에서는 107억8400만원의 수익이 따랐다.
한국투자증권의 채권투자 비중 역시 77%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증권의 경우 채권투자 비중이 1% 미만이었다.
키움증권 역시 주식투자로 5억1848억원의 손실을 봤으나 채권투자를 통해 18억283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고위험 주식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의 위험부담은 높인 반면 증권사는 변동이 크지 않은 채권에 투자, 위험부담을 낮추며 보수적 투자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대형증권사일수록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매매거래 보다는 채권을 갖고 있는 것이 맞다. 보유 채권을 통해 RP(확정금리형 상품) 상품을 비롯한 투자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생상품 일반 공모형 ELS 기준에서는 원금비보장형이 원금보장형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증권사별 ELS 발행건 수는 1만333건이다. 이 중 원금비보장형 상품은 8354건에 달해 원금보장 상품 1979건보다 6375건, 4배 이상 많았다.
가장 많은 원금비보장형 ELS 상품을 발행한 곳은 1369건을 발행한 한국투자증권이다. 원금보장형 상품은 208건에 그쳤다. 차순위는 삼성증권 1115건, 미래에셋대우 917건, NH투자증권 847건, 대신증권 736건 등이다.
이에 올해 코스피가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에 크게 흔들렸던 것에 비해 고위험 투자상품 발행 비율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개인투자자 A씨는 "증권사들조차 주식투자를 꺼리며 채권투자에 집중하면서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주식상품을 위주로 권한다"며 "위험부담이 큰 주식은 개인투자자에게 떠넘기고, 증권사들은 안전한 국공채 등에 투자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여기 대응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 주식투자자들의 경우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 리스크를 충분히 파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익률이 낮은 상품보다는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채권이나 원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원금비보장형 상품에 비해 낮지만, 투자 고객 성향에 맞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국공채 투자의 평균 수익률은 1.65%로 주식투자에 비해 높지 않아 대부분 고수익 상품인 파생결합상품을 선택하게 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주가에 영향을 좌우하는 국내외 대형 이벤트가 남은 만큼 고수익 상품은 신중히 고려한 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