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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특허 기간 짧아 고용 불안? 항만 노무공급방식 대안될까

특혜산업 규제론 때문에 10년 연장 어려워…다른 해법 필요성 부각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2.21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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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1월1일 롯데면세점 노동조합이 국민권익위원회 등 정부기관들을 방문, 특허를 다시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월드타워점이 2015년 11월 특허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직장이 없어지는 문제를 겪게 됐다는 것이 배경이다. 해가 바뀌어 정부에서 면세점 특허 추가지정을 하겠다고 하자, 이들이 새 심사 때 롯데를 배려해 달라고 요청한 것.

실제로 이달 발표에서 신규 특허 카트 중 하나가 롯데에 돌아가게 되면서 롯데 직원들의 일자리는 해결됐다. 그러나 다른 면세점 직원도 이 같은 사태를 겪게 되면서 끝나고 끝난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점 영업은 특허 산업이다. 정부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시장 진출을 할 수 없는 업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허 제도를 운영하면서 그 기간을 5년으로 묶고 있다.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기간을 5년으로 하고, 큰 불법행위가 없으면 특허를 자동갱신하는 제도도 없앴다.

최근에는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안이 등장했다. 하지만 국회 해당 소위원회에서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여파로 분석한다.

면세점 영업 심사에서 2015년 탈락한 롯데와 SK 등이 최씨에게 특허 재부여와 관련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아예 면세점 논의 자체를 사건 재판 이후로 미뤘다는 풀이다.

일부에서는 최씨 로비 의혹은 계기일 뿐 본질적으로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면세업에 규제를 강화한 입법자의 취지가 아직 유효한 만큼 이 안건 상정이 연기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체로 재벌들이 면세 산업에 진출해 있어 국민 정서상 이 산업을 특혜 업종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특허 기간 5년이 고용 불안의 모든 원인?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늘리거나, 자동으로 갱신하는 제도를 둔다고 해서 꼭 일자리의 질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노동자 권익 보호의 대표적 상징인 노조 문제가 면세점 부문에서 화두가 된 바도 있다.

과거 파라다이스면세점 매각 문제에서 호텔신라 측이 노조가 있는 곳을 인수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로 접근했고 결국 이 매물이 신세계로 넘어간 적이 있다. 개별 회사의 성향과 태도에 따른 것이지 면세점의 영업 존속과 고용 보장이나 정규직 채용 등이 꼭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진관광을 통해 대한항공면세점에 불법 파견근로를 했던 노동자 65명이 해고돼 이들이 투쟁에 나섰지만 결국 4.5개월치 급여만 더 받는 선에서 패배한 사례도 2002~2003년 사이에 벌어졌다. 그러므로 면세업계의 고용 불안 문제는 꼭 2013년 법 개정과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면세업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고용 불안 이슈에서 벗어나고 해당 영역에서 계속 노하우를 살려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은 존재한다. 다만, 그 방법이 특정 기업이 면세 특허를 오래 갖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식이 아니라 다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따른다.

클로즈드숍이나 노·사·정 협의체…대안 모델로 주목

그 대안으로 항만하역노동자의 고용 방식이 생각할 수 있는 예로 떠오른다. 항운노조의 노무공급 독점권 제도와 그 수정 흐름을 보면 면세업계 종사자들 역시 고용 불안정은 물론 부당한 관리 행태 등에서 벗어날 여지가 오히려 커진다는 것이다.

각 항구에는 항운노조가 있고 이곳에 노무공급권이 있어 노조에서 알선하지 않는 자는 취업하지 못하는 구조가 확립돼왔다. 즉 노조 제명이 곧장 해고로 이어지는 특수한 형식으로 노동법에서는 이를 클로즈드숍(closed shop)이라는 노조 형식을 빌어 설명한다.

여러 업체 사용자들을 하나의 클로즈드숍 노조가 대응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경우 한 업체가 떠나고 다른 참여자가 들어오는 등으로 사용자 변화가 오더라도 고용 불안이 빚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한 사립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클로즈드숍 방식이 흔히 활용되는 제도는 아니지만, 문제 있는 노동자는 클로즈드숍 자체에 개별 사용자 측에서 불만 지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힘이 강하다고 바로 느슨하고 방만한 업무 태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클로즈드숍의 경우도 채용 부정 등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다. 다만,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항운노조의 경우, 2015년 독점 노무공급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노·사·정 협의체가 항운 근로자 채용과 관리에 나서도록 길을 텄다.

노조와 회사가 함께 채용을 진행하는 독특한 구조로 변화를 주고 관련 기관에서도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면세업에 대한 특허 시스템을 둔 채 유례없이 강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옳다고 공감대를 형성한 게 기정사실이라면 고용 문제에서도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면세산업은 백화점과 같이 공간을 빌려주고 각 브랜드가 알아서 장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직접 떼다 파는 세일즈 속성이 더 강하다. 따라서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노하우가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오늘날 면세산업은 중국 당국의 내수 촉진과 해외 지출 제한 관리 패턴 강화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개별 기업의 이윤 창출 측면을 넘어서서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바라볼 때라는 견해도 있다.

해당 산업 촉진과 진흥을 위해 당국의 개입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호소다. 면세업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에 대한 해법으로 면세 산업의 경쟁력 강화까지 도모하는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다면, 노·사·정 협의체 모델을 안착시킨 항운 고용 시스템의 벤치마킹을 검토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