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벤토하면 마쿠노우치(幕の内). 이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일본 도시락의 '전형'과 같은 존재다.
흰 밥 위에 검정깨가 뿌려지고 계란말이·구운 생선·가마보코(어묵)의 '필수 3찬'에 물기가 없는 수종의 반찬이 더 붙는다. 때로는 흰 밥이 '타와라(俵:원통)' 모양으로 가공되기도 한다.

마쿠노우치는 에도중기까지 주종을 이루던 '오니기리(주먹밥)'에 각종 요리와 반찬이 추가된 특제 벤토 형태로 탄생했다. 1800년대 초 '가부키(歌舞伎)'나 '노(能)'같은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와 스태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곧 관객에게도 보급되며 규격화·양산화하기 시작한다.
마쿠노우치라는 이름은 배우들이 '막의 안쪽'이나 '막간'을 이용해 식사를 한 데서 유래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한편으로는 일본씨름 '스모(相撲)'의 상위리그인 마쿠노우치가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오전 하위리그에서 출발, 오후 늦게 마쿠노우치 선수들의 대결로 종료되는 스모 경기를 죄다 관람하기 위해 관중들이 객석에서 먹는 벤토라는 것이다.
마쿠노우치는 1889년 '에키벤(역도시락)'의 한 양식으로 전국에 보급된다. 그때까지 '니기리메시(주먹밥)' 일색이었던 벤토시장에 효고(兵庫)현 히메지(姫路)에 소재한 '마네키식품'이라는 에키벤 회사가 에도시대의 '혼젠료리(무가의 전통요리)'를 모델로 새로운 벤토를 출시한다.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마쿠노우치는 곧 벤토를 의미하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당시 판매가격이 12전(2000~3000엔)이었다고 하니 상당한 고가였던 셈이다. 또 에키벤 용기는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므로 이때부터 '교기(経木)'라는 얇은 나무판을 이용한 1회용 용기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지금도 히메지역과 인근 카코가와(加古川)역에서 벤토와 '에키소바(메밀국수)'를 팔고 있다.
1970년대 여행인구가 급속히 늘며 곳곳에서 향토색 짙은 에키벤이 나타나면서 '홋카홋카테이' 같은 전국규모 벤토 전문점들에 의해 신상품 개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쿠노우치는 1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국민 벤토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마쿠노우치는 지역·용도·메이커에 따라 외관이나 내용이 다양하다. 가격도 편의점이나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는 500~600엔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로케(현장촬영)·회의·회식용 등 맞춤형으로 들어가면 보통 1000엔 내외 고급 벤토가 된다.
벤토 용어의 유래를 살펴보면, 벤토는 먹을 것을 담아 휴대하는 용기를 말한다.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음식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벤토라는 말은 '편리한 것'을 의미하는 중국 남송시대(12~13C)의 속어 편당(便當)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용어가 일본에 들어올 때는 편도(便道) 또는 변도(辨道)로 소개됐고 나중에 '辨'과 '當'이 일본식 한자 '弁当(벤토)로 바뀌어 현대에 이르게 됐다.
벤토가 일반화된 것은 16C말 전국시대를 끝내고 일본통일의 초석을 다진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라는 무장에 의해서다.
그는 병사들에게 1인분의 식사를 일시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벤토 급식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을 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