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SW) 테스팅 도입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IT강국이라 자처하는 국내에서는 오히려 늦어지는 추세다. 이에 업계는 공공기관 사업 시 SW 테스팅을 정책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도의 시장조사기관인 나스콤(NASSCOM)에 따르면 올해 초 세계 SW 개발 시장에서 테스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확히 집계된 적이 없을 정도로 소외된 영역이다. 업계는 SW 테스트 서비스 시장 규모를 3000억~5000억원 규모로 추산할 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일례로 들며 "개발 인력 대비 테스팅 인력이 70%에 이른다"며 "해외에서는 정부 프로젝트 시에도 SW 테스팅을 안 한다고 하면 이해를 못 할 정도"라고 전했다.
◆감리보고서 상 테스트 결과?…"사진만 찍을 뿐"
두 번에 걸친 감리만 잘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에, 정작 테스트에는 소홀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최근에는 '감리용 테스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는 것.
감리는 제품 출시 전 개발 단계를 서류로 된 보고서로 확인하는 작업으로, 개발 단계에서 정확한 테스트가 이뤄졌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실제로 민원24·코레일톡 등은 다양한 결함으로 인해 수정 업데이트가 지속되고 있다. 결함 발생 시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 역시 국민 혈세로 충당한다.
이에 업계는 정부·공공사업에 대해 SW 테스팅을 의무화하는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의 경우 SW 개발 전반에 걸쳐 제대로 된 테스트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리보고서에 테스트한 사진을 증거로 제시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사진만 찍을 뿐 실질적인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일련의 사업은 테스팅 전문 업체에 맡기거나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등 각 사업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황은 따로 관리되고 있지 않지만, 이로 인해 품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며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185억원 투입 코레일톡4.0 오류 또 오류 '밑 빠진 독'
그러나 미래부 측의 해명과 달리 민원24와 코레일톡 등 공공기관 SW에서는 다양한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한국철도공사는 '예약발매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2012년부터 2년간 185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여객영업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듬해 출시된 코레일톡4.0은 계속된 결함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톡4.0은 배포 이후 △예약완료 화면에서 뒤로가기 기능 등 개선사항 67건 △출발일시, 좌석종류 한 화면에서 구현 등 민원사항 56건 △신규 코레일톡 앱 등록(버전4.0) 등 신규사항 1건 △예약대기 배정 건 결제버튼 비활성화 등 오류사항 23건 등 총 147건에 걸쳐 앱을 수정했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한국철도공사는 코레일톡을 4.1.21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SR 승차권 온라인 교차판매 서비스에 대한 오류를 수정했지만, 업데이트 시 다운로드 중이라는 문구만 뜬 채 실행이 안 되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다운로드 중'이 계속 될 경우 조치방법이라며 대처법을 담은 홈페이지 링크를 올렸지만, 이 페이지마저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매년 수천억원 대 국민세금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계속되는 영업적자 누적으로 13조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코레일톡4.0 개발 시 테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내부 개발 프로세스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앱 유지·보수비용에 대해서는 "앱 유지·보수비용은 우리가 올리는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