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16 17:39:10
[프라임경제] 올해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조선업계는 구조조정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올해 말라붙은 수주가뭄 때문에 오는 2018년까지는 매출이 급감하는 매출절벽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조선 빅3'의 지금까지와 앞으로를 짚어봤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 세계의 선박 발주량은 1048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해 전년동기(3720CGT)의 28%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주량은 163만CGT를 기록해 전 세계 수주량의 15%의 점유율을 보였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2003년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2046만CGT에 머물러 있다.
조선 빅3가 모두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지만, 대우조선해양(042660, 이하 대우조선)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가뜩이나 힘든 시장에 더해 부실한 경영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올 들어 108억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웠으나 62억달러, 35억달러로 두 차례 하향조정했다. 더욱이 12월 현재 누적 수주치는 13억달러에 불과해 한숨이 깊다.
◆경영진 "사즉생의 마음으로 구조조정에 올인"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에만 1조18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도 5912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기준 자본금이 –7763억원을 기록,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비율은 7000% 이상이라는 천문학적 수치를 보였다.
똑같이 '빅3'로 묶이는 가운데서도 손실금이나 부채비율에서 대우조선은 현대·삼성중공업과는 자구안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8000억원의 자구안에 더해 지난 6월 채권단에 오는 2018년까지 시행할 3조4000억원을 추가했고 최근에는 거제 지역 부동산 매각 안건을 담아 전체 자구안 내용을 6조원까지 확대했다.
현재까지 대우조선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 실적을 달성했다는 평이다. 지난 9월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현했으며, 올해 안에 본사 직원 수를 1만여명 이하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다동 사옥을 매각하고 골칫거리였던 마곡부지도 일부 매각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6월까지 대우조선은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쳐 타 기업보다 상반기 수주성적이 높았다. 그러나 지난 6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후 경영 활동에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다.

무엇보다 하반기 동안 단 한 건의 수주도 없는 것이 업계의 걱정이다. 일반적으로 선박회사들의 발주가 연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조선업계의 실적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좋은 편인데, 대우조선은 지난 6월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의 마란가스사에서 LNG선 2척, VLCC선 2척을 총 5억8000만달러에 수주한 이후 수주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회사 내부의 상황 악화다. 전·현직 임원들이 분식회계로 촉발된 비리 사건에 깊게 연루돼 있다.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검찰이 대우조선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얼마 후 바로 구속됐다.
아울러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성립 사장을 비롯한 현직 경영진조차 회계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대우조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만 가는 상황.
5조원 이상으로 예측되는 천문학적인 회계비리에도 대우조선은 어쨌든 유지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통해 4조2000억원의 지원을 받기로 정해졌으며 이 중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는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3조2000억원을 자본확충에 쏟아부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산업은행이 지원한 4000억원을 포함, 2조2000억원은 출자전환하고 1조원은 영구채 매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버티기' 돌입…정상화 갈 길 멀다
대우조선의 정상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연내 자본확충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부채비율은 900% 수준까지밖에 내려오지 않는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전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대우조선은 이제 막 구조조정의 걸음마를 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우조선은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 상장폐지 위험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지난 7월부터 주권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대우조선에 대한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진행해 상장폐지 대신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기업심사를 재신청하면 상반기 내 거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내년에도 인력감축을 이어간다. 올해까지 1만명 이하로 줄인 인력을 내년에는 8500명, 최종적으로는 8000명까지 직원 수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자본확충을 돕는 조건으로 해당 자구안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를 받은 터라 다른 회사보다 노조 반발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최적화를 위해 대우조선은 오는 2019년까지 매출 규모를 과거의 50% 수준인 연 7조원대로 감축할 계획이다. 선박부문 4조원, 해양플랜트부문 2조원, 특수선부문에서 1조원 매출을 거둔다는 포트폴리오를 세웠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은 현 수준의 25%까지 몸집을 줄인다.
대우조선은 현금 유동성에 대한 큰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우조선이 내년에 해결해야 할 회사채는 △4월 만기 4440억원 △7월 만기 3000억원 △11월 만기 2000억원 총 9440억원에 달하는 상황. 현재 대우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는 훨씬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우조선이 하반기 이후 수주 실적이 없는 것 역시 이런 재무 리스크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및 대형 선박의 경우 계약부터 건조 후 인도하기까지 3~4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선주들이 대우조선을 믿기에는 재무구조가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의 전·현직 경영진에 집중됐던 검찰 수사가 모기업인 산업은행과 회계분식 당시 감사 책임이 있었던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