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 기자 기자 2016.12.16 17:37:04
[프라임경제] 올해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조선업계는 구조조정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올해 말라붙은 수주가뭄 때문에 오는 2018년까지는 매출이 급감하는 매출절벽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조선 빅3'의 지금까지와 앞으로를 짚어봤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 세계의 선박 발주량은 1048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해 전년동기(3720CGT)의 28%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주량은 163만CGT를 기록해 전 세계 수주량의 15%의 점유율을 보였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2003년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2046만CGT에 머물러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 들어 내내 숨죽인 듯 조용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연초부터 바쁜 행보를 보인 것에 비해 상반기 내내 수주가 없어 관련업계의 걱정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125억달러에서 절반 수준인 53억달러로 조정했다. 3분기부터 소규모 상선 위주로 발주가 재개됐고 이후 여러 소식이 들려오고는 있으나 실제 성적은 8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유상증자까지…할 수 있는 것 다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6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적자에서 겨우 탈출했으나 2분기에는 다시 2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고, 그리고 3분기 다시 흑자로 돌아서는 등 부침이 심했다. 3분기 8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 들어 누적으로는 193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그룹 산하 계열사가 구조조정에 대해 자구안을 제출한 것은 17년 만의 일이다. 삼성중공업이 약 1조5000억여원 규모의 자구안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했다.
해당 자구안에는 거제삼성호텔과 판교R&D센터 등 부동산을 매각하고 설비를 감축하는 안건이 포함됐으며, 특히 강도 높은 인력감축을 추진했다. 구조조정 이전 1만3000여명에 달하던 임직원을 오는 2018년까지 최대 40% 감축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 자구안이 채권단에 의해 통과되자마자 15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해당 희망퇴직으로 인해 단기 자금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삼성중공업은 2분기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회계법인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향후 5년간 8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경영진단 결과를 채권단에 제출했고 시중은행들은 이 진단 결과를 근거로 삼성중공업의 여신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결국 삼성중공업이 선택한 것은 마지막 수단으로 묶어 뒀던 유상증자라는 비상대책이었다. 삼성중공업은 8월 이사회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를 결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여하지 않았으나, 대신 △삼성전자 1810억원 △삼성생명 347억원 △삼성전기 245억원 등 계열사들이 참여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초 유상증자 청약을 받아 134.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한 구주주 청약률과 일반공모 청약 모두 경쟁률이 100%를 넘었다.
성공적인 유증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주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상반기 내내 단 한 건의 수주도 없이 잠잠했던 삼성중공업은 3분기 이후 본격적인 수주작업에 나섰다. 지난 9월 말 LNG선에 대한 수주 성공을 시작으로 2개월 만에 약 8억달러에 가까운 수주기록을 세운 것.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1조1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당초보다 400억원가량 확대된 조달 규모다. 200%가 넘는 부채비율 역시 180%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계약 믿는다…그룹사 리스크 배제 못할 듯
한숨 돌린 삼성중공업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수주다. 지난 9월부터 물꼬가 트였다고는 해도 아직 올 수주량이 8억달러,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현재 해외 선주들과 단독협상자로 진행 중인 계약 프로젝트들이 몇 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주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ENI사가 진행하고 있는 모잠비크 코랄 FLNG 해양플랜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이 프로젝트에 FLNG 건조업체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최근 ENI가 해당 프로젝트에서 생산할 LNG 전량에 대해 BP사에 공급·판매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순풍을 탄다. 빠르면 연내 계약까지도 목표로 했으나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노르웨이 LNG 운송업체 호그LNG사와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내년 1분기 내 계약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영국 BP사가 발주하는 해양플랜트의 최종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다양한 수주 가능성은 기회지만 사실 그 자체로 위기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계약의 대부분이 해양플랜트로, 인도 지연 및 유동성 위험이 항상 따라다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선박 부문에서는 연내 계약 희망을 걸고 있던 인도 LNG선 발주가 발주사가 본계약 체결을 지연시키고 있어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2000년대 말 해양플랜트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현 위치에 오른 말 그대로 해양플랜트의 전문가로,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보다 해양플랜트에 신경을 많이 쏟고 있다.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생산랑 감축 합의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순풍을 타면서 해양플랜트에 대한 발주 역시 조금씩 회복세를 타는 분위기는 삼성중공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 등으로 이전과 달리 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까지만 회복해도 해양플랜트를 이용한 시추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삼성그룹이 깊은 연관성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그룹사 리스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상증자 등 올해는 삼성그룹이 든든한 우산이었지만 내년에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